‘예산의 기적’ 예산시장에 머물지 않아야 진짜 기적 [중원 르네상스]

입력
2023.06.06 20:00
청년 부르는 '신활력업타운' 정책 추진
전통시장 살리기의 목적은 "인구증가"
시장 방문 70만 돌파...지역관광 '낙수'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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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이 청년 정주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해 예산전통시장을 부활시키면서 소멸 위기 걱정은 어느 정도 내려놓게 됐지만, 청년의 지역 정착과 이들의 관내 활동을 통해 지금 온기를 보다 두텁고 길게 갖고 가겠다는 것이다. 성공할 경우 쇠퇴하는 전통시장에 붙은 불씨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 사실상 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예산군을 포함 전국 89개에 이른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지역에 청년이 들어와야 한다”며 “청년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늘어야 마을이 산다"

‘신활력업(up)타운’으로 명명된 청년 정주시설 조성사업 대상지는 예산읍 예산4리 일원이다. 예산으로 들어와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청년들을 위한 주택을 짓고, 도시형 레지던스 등 청년들이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주요 내용이다.

예산군 관계자는 “이외에도 버스 정거장을 설치하고 시장으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정비해 시장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며 “다목적 광장이 조성되면 전통시장과 연계한 보다 다양한 행사들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기간은 내년부터 5년이며, 총사업비는 130억 원이다. 특히 ‘요리ㆍ예술 의좋은 콜라보’ LH임대주택 사업, 청년 문화스페이스 조성 사업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 군의 계획이다.

예산군의 이번 정책에는 눈에 띄게 늘어나는 인구가 영향을 미쳤다. 예산군에 따르면 지난해 말 7만9,571명이던 예산 인구는 올해 1월 7만9,657명으로 81명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699명, 3월 343명, 4월 306명이 늘었다. 4월 말 기준 인구는 8만1,003명으로, 백 대표의 창업 점포 5곳은 1월 9일 문을 열었다.

예산군 관계자는 “장터 점포는 현재 26개로 늘었고, 이번 달에만 5, 6개 점포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라며 “인구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그 증가 인구 중에서도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예산시장 방문객 70만 돌파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이 지역을 찾은 이들이 늘었다는 방증. 실제 지난달 예산시장을 찾은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25만 명이 찾아 5월 말 누적 방문객 68만 명을 기록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이달 첫 주말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누적 방문객 70만 명을 찍었다”며 “재개장 두 달 만에 추가 창업을 한 식당이 다양해지고, 그중에서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예산군은 저렴한 가격과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1, 2월 두 달 동안 20만 명이 찾은 예산시장은 3월 한 달 재정비로 휴업한 뒤 재개장해 4월 한 달에만 23만 명을 끌어들였다.

예산시장 방문객들이 예산에 와서 예산시장만 들렀다 가는 것은 아니다. 주요 관광지에도 관광객이 크게 늘어 5월 말 기준 예산을 찾은 누적 관광객 수는 158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27만) 대비 25% 늘어난 것이다. 예산군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영향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관광지가 작년 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야외 시설”이라고 말했다. 예산시장이 관광객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주변 관광지 방문객도 증가

관내 주요 관광지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은 곳은 예당호 출렁다리로 60만 명이 찾았다. 예산시장에서 8㎞가량 떨어진 대표 관광지로, 작년 동기(43만) 대비 약 40% 가까이 늘었다. 예산군 관계자는 “예당호를 찾은 많은 이들이 예산시장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시장에서 식사를 먼저 한 이들은 예당호, 수덕사 등지로 산책하러 가는 식”이라며 “예산시장이 관내 주요 관광시설들과 손님들을 주고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객 숫자를 집계하는 관내 관광지 18곳 중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곳은 수암산으로 작년보다 3배 많은 3만7,000명이 찾았다. 세심천 온천도 올해 누적 관광객 17만 명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5배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이외에도 추사고택 3만 명, 봉수산 자연휴양림 4만6,000명, 봉수산 수목원 3만1,000명 등을 기록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인근 지자체조차 ‘예산 덕을 봤다’고 하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전통시장 효과가 크다”며 “이들 방문객이 예산을 또 찾고, 자주 찾다 보면 예산 인구도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산군이 청년 정주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활인구, 소멸 위기 탈출 발판”

하지만 관광객이 정주인구로 바로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게 현실. 이에 예산군은 유동인구(관광객)와 주민등록인구 중간에 해당하는 생활인구 증가를 통해 지역소멸 위기에서 탈출한다는 계획이다.

최 군수는 “예산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궁극적인 목표는 인구를 늘려 지역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유동인구에 해당하는 관광객을 늘리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만큼 지금 분위기를 살려가면서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처음 예산을 찾은 단순 관광객을 유동인구로 본다면,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 외에도 처음 방문한 곳에서 어떤 매력 등을 느껴 월 1회 이상 다시 찾아, 3시간 이상 머물다 간 인구다. 대전이나 세종에 살더라도 예산에 작은 가게를 내서 오가게 되면 예산 생활인구가 되고, 농촌유학이나 워케이션에 나선 사람도 생활인구로 잡을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요 관광지 입장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명예군민증을 발급해 ‘관계인구’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한번 맺은 인구는 생활인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생활인구가 늘다 보면 그중에서 해당 지역에 정착하는 예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