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쏜 우주발사체는 6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후 발사 1시간 30여 분 만에 서해에서 1단 로켓 연료통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해 우리 해군이 즉각 인양했다. 하지만 아직 바닷속에는 발사 실패로 소실되지 않은 2·3단 로켓과 위성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위성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이에 군 당국은 수색작전을 본격화하며 북한 로켓의 잔해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군은 전날 통영급 수상함구조함 통영함을 1단 발사체 낙하 예상 해역에 미리 투입했다. 이어 발사 직후 같은 급의 함정인 광양함을 추가로 해당 해역에 급파했다. 이지스구축함도 미사일 탐지를 위해 인근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 발사체 일부를 신속하게 수거한 건 '한 박자' 빠른 함정 운용 덕분이었다. 이날 오전 8시 5분쯤 어청도 서방 해역에서 연료통 추정 물체가 부유하고 있는 것을 포착한 해군 통영함은 즉각 인양 작업에 착수해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은 시점에 부품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렸다. 연료통 추정 부유물의 겉면에는 붉은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당 해역의 평균 수심은 70m가량이라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해군은 탐색과 수색 전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군 소식통은 “여러 함정들이 교대로 해당 해역에 파견될 것”이라고 전했다. 통영급 수상함구조함은 수중 물체 탐색용 사이드 스캔 소나와 수중무인탐사기(ROV)를 탑재해 수중 3,000m까지 탐색이 가능하다.
1번함 통영함은 2016년 2월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며 발사한 광명성호의 1단 로켓이 270여 조각으로 분리돼 서해 어청도 서남방 해역에 떨어질 당시 수중에서 추진체 잔해 일부를 인양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2년 12월 북한 은하 3호 우주발사체의 1단 추진체를 인양했던 잠수함구난함 청해진함도 투입이 유력하다. 우리 군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발사한 SA-5 미사일 잔해를 울릉도 서북방 수심 1,700m 해역에서 인양하기도 했다.
과거 북한이 위성 발사할 때의 전례에 따라 이번에 해군이 인양한 천리마 1형 우주발사체의 잔해는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분석을 거쳐 북한의 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날 인양된 연료통 추정 물체만으로도 "성분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점'을 발사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성분 분석이 가능해진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북한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좀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쏠 때마다 한반도 주변국은 공해상에 낙하한 동체를 인양하기 위한 첩보전을 벌여왔다. 베일에 싸인 북한의 기술력을 파악할 핵심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가 1단 분리 후에 낙하한 만큼, 아직 물속에는 2·3단 로켓과 탑재된 위성이 남아있다. 인양에 성공한다면 왜 2단 로켓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북한 위성의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관련 연구기관과 함께 정밀한 기술분석을 할 것”이라며 “인양체의 크기와 무게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로켓 동체가 떨어진 곳이 한중 중간해역인 ‘잠정조치수역’에 해당돼 중국에서 권리를 주장하며 수색·인양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양국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은 아직 수색작전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