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공장'끼리 만나 더 똑똑한 생산 현장 만든다...LG전자·포스코그룹 불 밝힌다

입력
2023.06.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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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홀딩스·LG전자, 기술개발 업무협약 체결


제철소의 심장으로 불리는 전기실은 가장 철저하게 설비 점검을 해야 하는 곳이다. 고로를 가동해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을 시작하는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에 사소한 관리 소홀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고압 전기가 흐르는 설비까지 있어 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시설도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어 사람보다는 자율주행 로봇이 활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로봇이 전기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시·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각종 설비를 찍어 이를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면 좀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이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스마트공장으로 마련한 제철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는 이유다.

혁신의 아이콘 '등대공장'을 보유한 포스코그룹과 LG전자가 뭉쳤다. 제철소 현장에 로봇, AI, 무선통신 등의 기술을 적용해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제조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포스코홀딩스는 30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로봇, AI, 무선통신 분야 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과 김병훈 LG전자 부사장 등 양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참석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 확보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번 협약으로 포스코 제철소는 또 한 번 단장하게 됐다. 포스코는 2019년 스마트 고로를 비롯해 도금량 자동제어기술, 압연 하중 자동배분 기술 등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조성해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국내에서 처음 등대공장에 뽑혔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에 등대가 길을 안내하듯,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용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뜻한다. LG전자의 경남 창원시 창원LG스마트파크(2022년)와 미국 테네시주 공장(올해)도 등대공장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등대공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은 LG전자가 유일하다.



포항·광양제철소에 LG전자 로봇·AI·무선통신 기술 적용



포스코그룹은 제철소 내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설비의 안전 점검이나 굴뚝, 크레인 등 좁은 장소에서 작업 등을 로봇에 맡길 수 있게 기술 개발에 나선다. 포스코의 자동제어기술에 LG전자의 기술을 추가하면 효율성을 높인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무선통신기술을 통한 실시간 제어로 공장의 제조 및 물류 효율을 높이는 등 제조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은 "포스코그룹과 LG그룹은 철강, 배터리 소재 등에서 협력하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 왔고 양사 모두 등대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스마트팩토리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고온, 고압 작업이 많은 특수한 환경의 제철소 현장에서 스마트팩토리 데이터와 경쟁력을 쌓을 수 있어 앞으로 보다 다양한 생산 현장에서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병훈 LG전자 부사장은 "이번 협약은 로봇, AI, 통신 등 LG전자의 첨단 기술을 포스코그룹의 제조 현장을 통해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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