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부모를 요양원,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세상이다. 그런데 요양시설들이 '코로나 무덤'으로 불리는데도 우리는 이에 둔감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사회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직자 출신 한 지인은 지난해 요양병원에서 노모가 코로나19에 걸리자 병원 측이 사실상 노모의 자연사만 기다리는 사실을 알고 기겁했다고 한다. 면회조차 차단되자 지인은 노모를 서둘러 집으로 모셨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현대판 '고려장'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코로나 사망자의 사망장소별 현황(중대본 자료)을 보면 지난해 요양병원에서 숨진 환자는 7,613명으로, 전년(444명)보다 무려 17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20년 전체 코로나 사망자의 9.9%에 그쳤던 요양병원 사망자는 작년에 28.6%로 높아졌다. 반면에 코로나 치명률은 2020년 3월 2.87%에서 2022년 11월 0.08%로 낮아졌다. 20·30대는 0%였다.
정부는 코로나19 변이의 대세가 오미크론으로 바뀐 이후 노인 등 고위험군 중점관리로 방역정책을 전환했다. 하지만 고위험군 사망률은 갈수록 증가 추세여서 정책의 최대 허점으로 지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60세 이상 고령층 사망자는 지난해 195.6명으로 2021년보다 5.2배 늘었다. 요양시설 내 집단감염이 주요인이었다.
요양시설 내 코로나 감염이 발생할 경우 마땅한 치료제는 사실상 없다. 정부가 도입한 고위험군용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가 있지만, 팍스로비드는 병용금기약물이 많아 혈압약 등을 복용 중인 고령자에게 처방이 불가능하다. 라게브리오는 낮은 효능 때문에 유럽에서 사용승인 금지 대상이 됐다. 이처럼 뾰족한 치료제가 없기에 21세기 요양시설에서 중세시대 고려장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방역정책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사정이 긴박한데도 새로운 치료제 확보에 정부는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항간에는 팍스로비드 재고(약 90만 명분) 때문에 보건당국은 그 재고가 소진된 다음에나 신경을 쓸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당초 200만 명분을 도입했던 일본 정부는 팍스로비드 재고가 194만 명분에 달하던 작년 11월에도 자국산 조코바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현재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만한 항바이러스제로는 일본산 조코바, 한국에서 최근 긴급승인 대상에 오른 제프티(성분명 CP-COV03)밖에 없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제프티는 여러 예비시험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안전성이 뛰어나고 병용금기약물도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변이가 심한 RNA바이러스 질환인 코로나19는 언제든 다시 팬데믹을 몰고 올 수 있다. 정부가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결단을 서둘러야 한다. "사자가 나이 들고 느린 영양을 공격하는 것처럼 코로나19는 은밀히 우리 공동체에 파고들어 가장 약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윌리엄 섀프너, 미국 밴더빌트 의과대학 감염병 전문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