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엔 이른바 복도 통신이란 게 있다. 청사 복도에서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사나 현안, 이슈 등에 대해 나누는 얘기라고 해서 만들어진 조어다. 공무원들의 입을 통해 퍼지는 복도 통신은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닌 터라 정확도도 낮지 않다. 더러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식의 소문이 복도 통신으로 포장되는 사례도 있지만, 복도 통신은 공직 사회의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긍정적 면도 있다.
광주광역시도 복도 통신이 무성한 곳이다. 최근엔 문영훈 행정부시장이 의도치 않게 복도 통신의 화제가 됐다.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이 5·18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 때 술자리를 가진 일 때문이다. 김 부시장이 당시 전야제 행사장 인근 식당에서 인사정책관실 소속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이를 두고 시청 내부에선 "문 부시장이 '의문의 1패'를 당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김 부시장이 문 부시장의 소관 부서 직원들을 격려한답시고 술자리에 참석한 뒤 술값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데다, 일부 직원들이 술자리에서 김 부시장 이름을 연호한 사실까지 알려진 게 소문의 배경으로 꼽혔다. 힘이 센 인사부서의 직원들이 직속상관인 문 부시장을 제쳐두고 김 부시장을 떠받드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실세 부시장에게 줄을 선 것 아니겠느냐"는 뒷말까지 나왔다. 김 부시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강 시장 측근 인사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선 김 부시장의 5·18 전야제 술자리 소문을 두고 "강 시장 취임 이후 여러모로 입지가 좁아진 문 부시장이 이번 일로 가장 열받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 부시장 소관 부서 쪽에선 김 부시장의 처신을 꼬집는 뒷소문도 들리고 있다. "김 부시장이 왜 자기 소관 부서 직원이 아닌 행정부시장 소관 부서 직원들을 격려하느냐", "격려를 하려면 전야제 식전 행사인 민주평화대행진을 준비한 5·18선양과 직원을 격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풍문의 요체다. 김 부시장은 당시 강 시장을 비롯한 광주시 공직자 400여 명과 함께 민주평화대행진에 참여한 뒤 주요 간부들이 따로 마련한 치맥(치킨+맥주) 뒤풀이 자리에 가지 않고 문제의 술자리 식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밖 상황도 이런 소문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당장 강 시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5·18 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시민 혈세로 술값을 치른 김 부시장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터라, 실제 고발로 이어질지를 놓고 직원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두 공법단체는 김 부시장이 술자리 당일 사용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대해 광주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간 침묵하던 김 부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5·18 전야제 술자리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연 광주시 복도 통신의 예측이 맞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