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1일 예정된 민주노총의 대규모 도심 집회를 앞두고 불법 적발 시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집회가 폭력 사태로 변질되면 최루제 ‘캡사이신’ 분사도 불사할 만큼 강경한 입장이다. 노조는 즉각 “반(反)헌법적 행위”라고 맞서 악화한 노정 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민주노총 집회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야간문화제 명목으로 불법집회를 강행하거나, 집단 노숙 형태로 집회를 이어가 시민불편을 초래하는 경우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노총은 31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 명이 참여하는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한다. 경찰은 당일 오후 5시까지, 딱 한 시간만 집회를 허가한 상태다. 만약 노조가 그 이후에도 야간문화제 등을 빙자한 ‘편법’ 집회를 계속하면 지체 없이 강제해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윤 청장은 “불법 집회 해산 과정에서 필요하면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24일부터 불법 집회ㆍ시위 해산 훈련을 6년 만에 재개하며,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인 캡사이신까지 활용해 불법 행위자 검거 예행연습을 했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충분한 양의 캡사이신을 확보했다”고 말해 실전 준비를 끝냈음을 시사했다. 경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인 2017년 3월 친박(親朴) 시위대를 겨냥해 캡사이신 최루액을 발포한 후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강경 진압으로 비칠 법한 캡사이신 카드까지 꺼낸 건 노조의 여론몰이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이번 기회에 공권력이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힘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경찰에 힘을 실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심지어 “물대포를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고 주장했다. 2016년 농민 백남기씨 사망 사건 이후 집회 현장에서 사라진 ‘살수차(물대포)’도 부활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당정의 엄포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응수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입을 막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는 “(31일 집회도) 불법 요소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양 위원장은 “한 시간가량 집회를 한 뒤 행진 없이 해산할 예정”이라며 “경찰이 계속 야간집회를 계획하는 민주노총에 강력 대응한다고 하는데, 대체 누가 충돌을 야기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