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커렌시아(Querencia)'는 평온한 곳, 안식처, 휴식처 등을 뜻한다. 한때 소비트렌드로 선정된 바 있는 이 단어는 투우장의 탈진한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기 위해 찾아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도시화, 산업화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기만의 힐링 공간을 두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잠시 온전한 쉼의 여유를 얻는 곳이다. 현대인의 그러한 공간이 바로 커렌시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막 관련 농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농막의 휴식공간(주거공간)을 바닥 면적의 25%로 제한하고, 테라스 등 부속 시설을 농막의 연면적에 포함하며, 농막의 축조 규모를 차등화하기 위해 농지 면적이 660㎡ 미만인 경우 농막의 연면적을 7㎡ 이하(약 2평)까지, 660㎡ 이상 1,000㎡ 미만인 경우에는 13㎡(약 4평)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휴식공간을 바닥 면적의 25%까지만 허용한다는 것은 산지관리법상 산림경영관리사(임야 농막)의 기준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농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보관하거나 비바람만 피하는 정도로 활용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산지관리법의 25% 규정은 최대 50㎡(약 15평)까지 주거용으로 축조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막은 가족과 함께 소일하면서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며 생산적인 휴가를 보내는 일종의 휴식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농막 규제는 일반 서민들의 귀농 귀촌에 앞서 필요한 농촌체험을 막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건축공학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텃밭을 가꾸고, 가족과 함께 휴일을 즐기는 농촌 문화의 감수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이번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 스스로를 격리했던 곳이 바로 농막이듯이 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농막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농막의 불법적인 사용을 막으려면 차라리 전기와 수도를 끊는 방법이 더 유용할 수 있다. 다양한 관리 방안이 있음에도 일방적인 규제 강화는 농촌을 더욱 고립시킬 우려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 농막 규모도 20㎡ 이하까지 확대했고, 2012년 경제 회복을 위한 규제개선 대책에서 농막에 전기, 가스시설 등 설치를 허용해오고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지는 않을 것인데, 사회가 복잡해지고 도시인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농촌을 재구조화하는 시점에서 농막 규제는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