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관석, '경쟁 캠프서 금품 제공' 정보에 돈 봉투 살포 결심"

입력
2023.05.30 20:00
10면
檢 "윤관석, 宋 후보 지지율 하락세에 고전 중
경쟁 캠프서 금품 제공 정보 듣고 살포 결심"
이성만 "혐의 사실, 인신 구속할 만한 사유냐"
"진실 규명 않고 망신 주려는 정치 의도" 반발
윤관석 "검찰, 구속 통한 망신주기·자백 강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자금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당대회 직전 윤관석 의원이 송영길 당대표 후보의 지지율 하락 국면을 타개할 목적으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에게 '(민주당) 의원들에게 나눠 줄 현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파악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를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과 대의원 등에게 금품이 살포된 배경과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검찰은 금품 살포 배경으로 홍영표·우영식 의원과 함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송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꼽았다. 2021년 1월 51.8%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송 후보가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4월 서울·경기·대구·전북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기는 등 지지율 역전 위험성이 가시화됐다는 것이다.

송 후보 캠프는 그해 4월 23일 윤 의원 지시로 '조직본부 요청사항'이라는 제목의 행동 지침을 공유하는 등 지지율 회복에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지침에는 △전국 대의원들에게 연락해 송영길을 지지하도록 요청하는 '오더'를 내릴 것 △광역·기초의원들이 해당 지역 권리당원에게 송영길을 지지하도록 연락할 것 △지역 오피니언리더와 핵심 권리당원에게 송영길을 지지하도록 연락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윤 의원이 '경쟁 후보 캠프에서 자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며 지지를 호소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현금 제공을 결심한 것으로 봤다. 윤 의원은 4월 24일 강 전 위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게 의원들을 상대로 나눠줄 현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송 후보의 보좌관 박모씨로부터 현금 300만 원이 든 봉투 10개를 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쟁 후보 캠프 금품 제공은) 윤 의원의 금품살포 배경으로 설시한 것"이라며 "현재는 송 후보 캠프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계획에 따라 투표 시작일인 4월 2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국회의원 모임'을 주재해 돈 봉투를 살포했고,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돈 봉투 1개를 받았다고 영장청구서에 적시했다.

이 의원은 캠프에 1,1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의원이 2021년 3월 18일 여의도에 있는 캠프 사무실을 찾아가 이 전 부총장에게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냐'고 묻고 '조직본부를 총괄하는 이정근에게 주고 가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운영비 명목으로 현금 100만 원을 제공했다고 봤다. 같은 달 30일엔 전국 본부장단 집중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캠프 사무실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지역본부장 제공 명목으로 현금 1,000만 원을 더 건넨 혐의도 있다.

두 의원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 자체가 과연 인신을 구속할 만한 사유가 되느냐"며 "혐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엔 관심이 없고 나와 야당을 망신 주려는 정치적 의도에만 충실하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일한 증거인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인되고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한 검찰은 또다시 구속을 통한 망신주기, 강압적 자백 강요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압수수색 직전 교체했다고 주장하는 휴대폰은 전당대회 당시 쓰던 것이 아니며 직전 휴대폰에 저장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담아놨기에 '깡통폰'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윤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의원이) 압수수색 전날 휴대폰을 은닉하거나 폐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앞선 24일 윤·이 의원에 대해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표결은 다음 달 12일 이뤄질 전망이다.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