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6월 1일, 미국 전쟁물자 첫 인도분 2,900여 톤이 해상 루트로 소련에 인도됐다. 2차대전 ‘미합중국 방위 촉진을 위한 조례’에 따른 연합국 군수품 지원 정책의 일환이었다. ‘무기대여법(Lend-Lease Act)’이라 불리는 저 법은 영국 수상 처칠의 요청으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발의, 하원 동의를 거쳐 1941년 3월 발효됐다. ‘먼로 독트린’으로 요약되는 미국의 고립주의 원칙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즉 2차대전에 참전하지 않으면서 공동의 적 파시스트에 맞서 연합국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었다.
앞서 1937년 루스벨트는 세계의 결속과 상호의존성이 강화되는 시대에 유럽 등 바깥 세계의 정치 경제적 변화로부터 미국을 완벽하게 고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고립주의의 한계를 천명했다. 나치의 1938년 오스트리아 병합과 39년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침공으로 2차대전이 시작되면서 루스벨트의 메시지는 힘을 얻었다.
1942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도 전쟁에 직접 뛰어들었지만 미국은 저 법에 따라 2차대전 자국 전쟁 비용의 약 11%인 501억 달러(2021년 기준 약 7,190억 달러)어치 전쟁 물자를 영국과 소련, 프랑스 등 연합국에 운송비용까지 부담하며 지원했다. 비행기와 탱크, 트럭, 모터사이클, 총포와 화약뿐 아니라 군화와 술도 포함됐다. 영국이 314억 달러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고, 소련도 약 22%인 113억 달러어치를 지원받았다. 일본 항복 직후인 1945년 9월 20일 법 효력이 끝났고 이미 지원된 군수품 중 파손-폐기되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미국에 반환됐다.
미 하원은 지난해 4월,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를 절차적 제약 없이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저 법을 개정 형태로 부활시켰다. 법안에는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라는 목표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