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영화 같은 장면이 또 있을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마지막 경기에 나선 루카스 모우라(31)가 종료 직전 '라스트 골'로 낭만적인 엔딩을 선보였다.
모우라는 29일(한국시간) 영국 리즈의 엘런드 로드에서 열린 2022~23시즌 EPL 38라운드 최종전인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돼 종료 직전 쐐기골을 터뜨리며 팀에 4-1 대승을 안겼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날 해리 케인의 멀티골과 페드로 포로, 모우라의 골에도 리그 8위(승점 60)에 그쳐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모우라의 골은 우아했다. 그는 후반 31분 히샤를리송과 교체돼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오른쪽 하프라인 근처에서 볼을 잡은 모우라는 달리기 시작했다. 브라질 출신답게 드리블 돌파가 압권인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수비수 3명을 제치고 골을 터뜨렸다.
마치 2019~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해트트릭을 작렬, 토트넘을 결승에 올려놓았던 모습 같았다. 모우라는 당시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등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황금기를 함께 했다.
모우라가 쐐기골을 넣자 손흥민을 비롯한 동료들은 벤치를 박차고 일제히 모우라에게 향했다. 이들은 모우라를 번쩍 들어 올려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골을 축하했다. 정확히 1년 전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골든부트(득점왕·23골)에 올랐을 때 했던 모습과 비슷했다. 더욱 눈길을 끈 건 당시 손흥민의 23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모우라가 손흥민을 번쩍 들어 올렸는데, 이번에는 손흥민이 그와 똑같이 한 것이다. 손흥민은 자신의 일처럼 활짝 웃으며 모우라의 골을 기뻐했다.
모우라는 경기가 끝난 뒤에 눈물을 흘렸다. 원정 온 토트넘 팬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오늘 득점으로 팀을 도울 수 있었다. 모든 순간을 마음에 간직하겠다"며 "지난 5년 반 동안 모든 것이 좋았고 특별했다. 모든 것이 그리울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브렌트포드와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우라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포옹하며 지난 5년 간 우정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