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죄 성립 안 돼” 김성태 첫 재판서 혐의 부인… 대북송금 의혹 ‘침묵’

입력
2023.05.26 16:25
김성태 변호인 PPT 띄워 혐의 반박
"사촌형·매제 구속... 모두 내 책임"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회장 측이 첫 재판에서 파워포인트(PPT)까지 활용해 횡령과 배임 등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26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배임·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공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구속 상태인 김 전 회장은 연갈색 반팔 수의를 입은 채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 변호인 측은 미리 준비해온 PPT 자료를 화면에 띄워 40분에 걸쳐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일단 칼라스홀딩스·착한이인베스트 등 김 전 회장이 쌍방울그룹 임직원 명의로 세운 5개 비상장회사(페이퍼컴퍼니)와 관련된 538억 원 횡령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이 자금의 원천이 김성태 피고인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이고, 이들 회사 역시 쌍방울그룹 계열사가 아니어서 법리적으로 횡령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인 회사 간의 필요한 자금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것이고, 전체적으로 재산 가치가 줄었다고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자금 조달과 실무에 관여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측은 검찰의 공소장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 의견서에 김성태 (혐의를) 소위 ‘기업사냥꾼’이라고 불리는 투기세력의 범행 방식으로 나열해 재판부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불리한 예단을 갖게 했다”며 “공소장의 관련 내용을 삭제하거나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설명이 끝난 뒤 김 전 회장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제가 회사에 영입했던 양선길과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는 각각 사촌형과 매제로 모두 구속됐다. 두 사람은 저의 지시를 받고 일했을 뿐 저에게 책임이 있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회장 측은 경기도를 대신해 800만 달러를 북한 측 인사에 건넸다는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변호인은 “외국환거래법 관련해선 계속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검찰이 입증 계획을 세우면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부터 쌍방울그룹 직원 등 관련 증인 신문을 시작으로 본격 재판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 전 회장은 2019∼2020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5개 비상장 페이퍼컴퍼니에서 538억 원을 횡령하고, 광림 자금 11억 원 상당을 페이퍼컴퍼니 등에 부당지원해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등으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2019년 대북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기도가 부담하는 스마트팜 비용 등 명목에 따라 800만 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한 뒤 북한 측에 전달한 혐의와 이를 위해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3억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2억6000만 원 포함)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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