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만 명 앓는 무릎 관절염, 다리 기능 많이 살리는 ‘로봇 수술’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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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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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빨라지면서 2025년에는 전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은 ‘무릎 관절염’이 가장 먼저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417만8,974명이며, 전체 환자의 83.5%가 60세 이상이었다. 남성 환자가 140만3,000여 명, 여성 환자가 277만6,000여 명으로 여성이 2배가량 많았다.

◇로봇으로 수술 후 합병증 낮춰 고령 환자 부담 줄여

무릎 관절염은 무릎 연골이 손상되고 닳아 관절뼈끼리 부딪혀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연골 손상 정도나 증상에 따라 운동, 약물, 주사, 관절 내시경, 교정 절골술 등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연골이 모두 닳아 다리까지 심하게 변형된 말기라면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관절 부위를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이다. 5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인공관절 수술은 술기(術技)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공관절 수술 로봇은 스트라이커의 마코, 바이오메트의 로사, 스미스앤네퓨의 나비오, 큐렉소의 큐비스조인트 등이다. 이 중 마코가 36개 국에서 85만 건의 임상 사례와 300여 건의 연구 논문을 내놓았다.

한국스트라이커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60% 정도가 마코를 통해 이뤄졌다”며 “국내 마코 로봇 수술 2만2,553건(지난달 말 기준) 중 1만5,428건(70%)을 힘찬병원이 시행했다”고 했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정확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손상된 관절 부위만 최소한으로 절개하고 정상적인 조직은 최대한 보존한다. 이로 인해 출혈도 적고, 다리 기능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3차원으로 변환해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무릎관절 구조와 질환 진행 상태를 파악해 깎아낼 범위와 인공관절 크기 및 삽입 위치 등을 계획할 수 있다.

수술이 시작되면 집도의는 환자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컴퓨터로 계산된 수치를 보면서 관절 간 간격과 다리 축, 인대 균형을 맞춘다. 기존에는 이 부분을 온전히 의사 경험에만 의존했지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계산해낸 수치를 참고해 수술을 시행한다.

남창현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등이 참여한 정형외과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국제 학술지인 ‘실험 정형외과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Orthopaedic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보다 인공관절의 삽입 위치, 수술 후 다리 축 정렬 등에서 정확도가 더 높았다.

수술이 정확하면 출혈이 줄어 수술 후 합병증과 부작용 등이 낮아진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일반 인공관절 수술과 로봇 인공관절 수술 출혈량을 비교한 결과, 로봇 수술이 36% 정도 줄였다.

2020년 5월 시행한 일반 수술 50건과 2023년 1월 시행한 로봇 수술 50건의 출혈량이 각각 744mL, 476mL였다. 출혈량은 수술 시와 수술 후 입원할 동안 피주머니를 통해 나온 혈액량을 모두 합친 수치다. 출혈량이 적으면 추가 수혈에 따른 각종 합병증ㆍ부작용ㆍ감염 위험 등이 낮아지고, 통증이 줄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이를 통해 고령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여주게 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목동힘찬병원은 2021년 9월부터 무릎 안쪽만 부분적으로 손상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 치환술에도 로봇을 도입해 200례를 넘었다”고 했다.


◇심한 골다공증도 로봇 인공관절 수술 가능

인공관절 수술도 물론 한계는 있다. 골다공증이 심하거나 골절로 허벅지뼈에 철심 등이 있으면 수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봇 수술로 보완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허벅지뼈에 긴 구멍을 뚫지 않고 센서를 부착해 다리 축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정훈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다리가 너무 많이 휘었거나 무릎 가동 범위가 60도 미만일 때는 로봇이 데이터를 수집ㆍ분석하는 데 간혹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 후 운동과 생활 습관 교정 등으로 재활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수술 한 달 이후엔 평지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 허벅지 근력을 키워 무릎으로 가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꾸준한 체중 관리도 필요하다.

무릎을 많이 굽히는 자세나 활동은 가급적 줄인다. 누웠다 일어나기 편한 침대를 사용하고 다리를 무리하게 굽히는 바닥보다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하는 등 입식 생활로 바꾸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