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8일 울산 울주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모노레일 탑승장. 매표소는 굳게 닫혀 있었고, 승차 대기실 내부는 잡동사니만 가득했다. ‘신불산 모노레일 잠정 운영 중단’이라고 적힌 안내판 너머 녹슨 레일 위엔 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열차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탑승장 앞에서 만난 조도윤(27)씨는 “흉물스럽게 방치된 모노레일이 좋은 경관을 망치고 있다”며 “운행을 하든 철거를 하든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효자 관광시설로 꼽히던 모노레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급급해 일단 깔고 보자는 ‘묻지마 설치’로 안전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예산낭비의 전형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휴양림관리소)는 2018년 7월 신불산 휴양림 하단지구에서 상단지구까지 1.7km 구간에 20억 원을 투입해 모노레일을 준공했다. 하지만 개통 첫날 차량 전원 장치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5년째 가동하지 않고 있다. 수리 후 재가동에 앞서 지주와 레일, 차량과 보안장치 등에서 다수의 결함이 발견돼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휴양림관리소는 시공업체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2월 승소했다. 하지만 시행업체가 파산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최근 완전 철거와 부분 보수, 전면 재설치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최소 4억 원에서 최대 4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휴양림관리소 관계자는 "울주군이 신불산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라 모노레일 재가동해도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면 재설치가 가장 후순위이긴 하지만, 철거나 보수도 장점이 크지 않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모노레일은 모두 62개다. 이 중 22%인 14개는 휴장 상태다. 멈춰선 모노레일 중 일부는 안전사고와 관련돼 있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모노레일은 2021년 11월 5m 높이에서 탈선해 8명이 다친 후 1년 6개월째 멈춰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로 결론 냈다. 모노레일 바퀴 밑부분에 설치된 베어링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돼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해 탈선했다는 것이다. 경남 거제시 거제포로수용소 내에 있는 거제관광모노레일도 지난해 10월 화재로 하부 승강장 건물과 차량 13대가 전소한 뒤 아직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두 달 전 민간사업자가 투자를 제안해 복구 작업에 탄력이 붙었지만 차량이 15대에서 25대로 늘면서 사고 위험 부담이 더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만 고장 나도 모든 차량 가동이 중단되는 모노레일 특성 탓이다.
가동한 지 10년도 안 됐는데 철거를 앞둔 모노레일도 있다. 3월부터 운행이 정지된 부산 동구 초량 168계단 모노레일이다. 2016년 5월 운행을 시작한 초량 모노레일은 잦은 고장으로 끊임없이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2018년 11월 초등학생 1명이 40분간 차량에 갇히는 사고를 비롯해 2019년 3월에도 주민 3명이 갇혔다가 20분 만에 구조됐다. 이후에도 레일 균열 등으로 2020년 4차례, 2021년 6차례, 2022년 4차례 운행이 정지됐다. 부산 동구 관계자는 “운행횟수와 곡선형 구간이 많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경사형 엘리베이터로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사가 급한 짧은 구간에 적합한 모노레일은 케이블카 등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비교적 사업비가 저렴하다. 이 때문에 실용성보다는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설치가 급증하면서 안전사고도 덩달아 늘어났다. 정훈 한국교통안전공단 특수검사처 부장은 "단기간에 설치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모노레일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선로가 길어질수록 사업성이 떨어지고 차량이 대형화될수록 유지관리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