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두 단체가 5·18민주화운동교육관 민간 위탁 운영자 선정 등을 둘러싸고 강 시장과 광주시 공무원을 상대로 형사 고소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5·18 추모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그간 맞대응을 자제하던 강 시장은 "무고"라고 날을 세우고, 광주시도 27일 추모 기간이 끝나자 법적 대응을 검토키로 해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추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은 23일 강 시장과 수행원, 운전기사 등 5명을 공동상해와 공동재물손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황 회장 등은 "강 시장 등이 17일 오전 10시쯤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정문 앞 삼거리 옹벽 쪽에 붙어 있는 강 시장 비판 현수막 2개를 뜯어내고 이를 말리던 이모(63)씨 등 2명에게 욕설을 하며 현수막 고정 각목을 던져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당시 강 시장은 5·18민주묘지 내 추모탑 앞에서 열린 5·18 43주년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강 시장이 뜯어낸 현수막엔 '광주지검은 불법 행정을 저지른 강기정을 즉각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서 15일엔 황 회장 등 300명이 광주시 5·18교육관 위탁 운영자 선정 과정에 강 시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면서 강 시장과 담당 공무원 등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5·18교육관은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위한 교육·홍보사업 기관으로 광주시가 공모를 통해 3년마다 위탁 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강 시장이 3월 5·18기념재단에서 5·18교육관을 위탁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담당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며 "그러자 직원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부상자회의 사업 계획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아 협약 체결을 미루더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시장은 "행정은 절차대로 진행했다. 제가 어떤 걸 시켜서 (선정에서) 탈락한 것처럼 고발장을 쓴 것은 무고에 해당한다"고 발끈했다. 광주시도 27일 5·18 추모 기간이 끝남에 따라 황 회장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에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원회도 "부상자회와 공로자회의 고소는 광주공동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2월 19일 지역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해 화합 행사를 강행한 뒤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얄팍한 술수"라고 직격했다. 자중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두 공법단체는 강 시장을 향한 공세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강 시장의 막가파식 행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과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 직원 등의 사례를 수집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시민들과 함께 연합 전선을 펴겠다는 것이다. 당장 두 단체는 강 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광주시민프로축구단의 신임 경영본부장 부정 채용(선임)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또 5·18 전야제 당시 직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법인 카드로 비용을 결제한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도 고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장외 갈등이 심해지면서 지역 민심은 악화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양측 모두 5·18 대동정신을 훼손하지 말라. 도대체 뭐하는 짓들이냐"는 격한 비난과 함께 "광주에 큰어른이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부끄럽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광주가 갈등 조정 능력을 상실해 구성원 간 반목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5·18 두 공법단체와 강 시장 모두 서로의 아집을 버리지 못한 채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소통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특히 비판 여론을 경청하지 않는 듯한 모습도 보여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