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식 라디오를 만든 영국의 유명한 발명가 트레버 베일리스(86)는 “발명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말을 남겼다. 인류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탄생한다면 유효한 발명이겠지만 외려 문제를 야기한다면 실패한 발명이 되는 셈이다. 캐나다의 사상가 바츨라프 스밀(80)은 이를 준거로 실패한 발명의 사례를 분류해냈다.
저자의 분류 기준은 △초기에 환영받았으나 결국 퇴출당한 경우 △기대에 어긋난 경우 △잘못된 기대로 인해 실망으로 끝난 경우 등 세 가지. 첫 번째 경우의 대표 사례로는 내연기관의 부드러운 운행을 위해 발명됐지만 독성 중금속 배출이 문제가 돼 사용 금지가 된 유연 휘발유가 있다. 비행선이나 초음속 항공기는 초기 확산에 성공하며 급부상했지만 결국 상업적으로 실패해 기대에 빗나간 두 번째 경우다. 고속 운행에 쓰일 진공 튜브 발명은 실현 가능성이 요원해 실망으로 끝난 마지막 경우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휴대폰 시장에서 몰락한 블랙베리, 줄곧 미뤄지는 수소 경제 등 실패작이 적지 않다.
실패한 발명을 줄줄이 나열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영국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의 “내 중요한 발견은 항상 실패가 힌트를 줬다”는 고백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과거의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현대 사회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저자는 실패한 선례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발명이 뭔지 고민해볼 계기를 제시한 셈이다. 지구의 자원을 약탈하지 않고 우리 삶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