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스위스 유명 시계제조업체 스와치의 무지개 색깔 시계 2,000만 원어치를 압수했다. 무지개색이 성소수자(LGBTQ+) 옹호를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내무부는 13일 쿠알라룸푸르 지점을 비롯한 전국 스와치 매장 11곳을 급습해 ‘프라이드 컬렉션’ 시계 164개를 압수했다. 모두 합치면 1만4,000달러(약 1,900만 원) 규모다. 이 시계는 세계 성소수자 인권의 달(6월)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돼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스와치가 인쇄 및 출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1984년 제정된 이 법에는 ‘도덕적으로 유해하다고 간주되는 물건을 판매하는 회사는 처벌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성소수자 관련 제품을 '도덕적 유해물'로 봤다는 얘기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징역 20년 이상 또는 태형을 선고받는 중범죄로 취급받는다.
스와치그룹은 거세게 반발했다. 닉 하이에크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시계가 해롭다는 주장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말레이시아 하늘에 1년에 수천 번 뜨는 무지개를 정부가 어떻게 압수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스와치 말레이시아 지사는 스위스 본사에서 무지개 시계를 다시 받아 매장에 진열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들도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필 로버트슨 아시아지부 부국장은 “스와치 시계가 누구에게 어떤 위협을 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고, 말레이시아 성소수자 권리 단체 제자카 역시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라며 “정부의 편협함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는 성소수자들에게 가혹하다. 야당인 범말레이이슬람당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올해 11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취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스루딘 하산 탄타위 당대표는 “콜드플레이가 향락주의와 동성애 문화를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내무부가 성정체성 관련 내용이 담긴 아동 도서 2권에 대해 “종교가 가르치는 도덕적 가치와 아시아적 가치에 위협이 된다”며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