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이 어떻게 친일 행위가 됐을까…일제강점기 등반사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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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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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가 ‘황국 신민화를 위한 체력 증진’을 이유로 등산을 장려하기 시작할 무렵인 1931년 10월 28일 ‘조선산악회’가 창립된다. 조선산악회는 조선총독부 철도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창립 회원 다수가 조선총독부 철도국 소속이었던 것. 미개척지인 산을 오르는 행위인 ‘등반’은 조선 철도 개설에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국토의 70%가 산지였기 때문. 조선산악회는 전국의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후일 한국산악회 부회장을 지내고 한국 산악계의 원로로 자리 잡은 산악인 김정태(1916~1988)는 이 조선산악회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한국산악학회 회원이자 한국연극학회 회장을 지낸 안치운 전 호서대 연극학과 교수는 최근 저서 ‘침묵하는 산’에서 김정태를 중심으로 근대 등반사가 친일 행위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추적한다. 이에 따르면 김정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들과 함께했던 등반을 ‘일본 제국주의자들과 겨루는 경쟁적 의식의 산물’로, 해방 이후에는 ‘자신의 과거 등반을 민족적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김정태는 1942년부터 1945년까지 ‘타츠미 야스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일제의 ‘조선체육진흥회’ 경성부 등행단의 백운대 등행연성을 지도했다. 등행연성은 산에 올라서 일왕 폐하 만세를 기원하는 제사 등을 치르는 등반 행사다.

저자는 김정태의 일기 등 사료를 바탕으로 조선인과 일본인 등 당대 산악인들이 어떤 생각으로 산을 올랐고 무슨 기록을 남겼는지를 반추한다. 한 사람의 과오를 들추려는 것이 아니다. 근대 등반과 국가, 사회가 맺은 관계를 밝히고 나아가 등반이 어떤 행위여야 하는지 묻는 시도다.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