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재상 제갈량(諸葛亮)이 위(魏)나라로 출병하기 전 올린 출사표(出師表)에는 위급존망지추(危急存亡之秋) '사느냐 죽느냐 하는 위급한 시기'라는 글귀가 있다. '마약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범정부의 역량을 결집'하는 우리 정부의 결의가 당시 제갈량이 출사표를 올리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최근 서울 학원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약음료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마약문제가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우리 아이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마약들 중 많은 양이 해양을 통해 밀반입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21년 주요 마약류의 밀반입 압수량은 1,016.1㎏으로 그중 선박을 통해 해양으로 밀반입된 압수량은 837.2㎏이며, 전체 밀반입 압수량의 82.6%에 해당한다. 마약류 밀반입 범죄가 대표적인 암수범죄인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밀반입된 마약량은 감히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해양은 우리나라 마약류 유통의 첫 번째 관문이며, 해양을 통과한 후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을 단속하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그사이 우리 아이들은 마약의 위험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해양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전 마약류 밀반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해양경찰의 사명이자 의무이다.
해양경찰은 2019년 코카인 101.3㎏, 2021년 코카인 35㎏ 등 선박을 이용하여 해양을 통해 밀반입되는 마약을 적발하였다. 특히, 2019년 적발된 코카인 101.3㎏은 우리나라 전체 마약류 밀반입 압수량의 43%를 차지하며 국내로 유통될 경우 약 337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이러한 마약류 밀반입 단속을 위해서는 국제공조를 통한 첩보 입수가 필수이다. 해양경찰이 콜롬비아·태국 등 중남미·동남아 마약생산 및 유통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국내·외 마약 관련 유관기관과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것 또한 그 이유 때문이다.
외국인 해양종사자 간 마약류 범죄 확산도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선원 약 6만 명 중 외국인 선원은 약 2만7,000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가별 마약류 단속 법률이 상이하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큰 차이를 보임에 따라 일부 국가의 외국인 해양종사자는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선박·양식장 등 은밀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국내·외 선원이 함께 조업하는 업무 특성상 한국인 선원 및 해양종사자에게 확산될 위험성도 높다.
이와 같은 해양 마약류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우리 해양경찰은 첩보 입수, 마약류 매매·유통 및 밀반입 단속에 특화된 '해양 마약수사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고, 전국 수사관을 모두 동원하는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하여 해양 마약류 범죄 단속의 총괄 컨트롤타워로서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 선봉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마약범죄 척결에 한계가 있어 검·경·세관 등 유관기관과 함께 총력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정신을 황폐화하고 미래세대의 기둥인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파괴하여 국가를 좀먹는 마약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총력 대응하는 지금, 해양경찰은 해양을 통한 마약류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출사표(出師表)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