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서 패소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동일한 피해자에게 ‘막말’을 퍼부었다는 이유로 또다시 소송을 당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법정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E. 진 캐럴이 전날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다시 한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전직 잡지 칼럼니스트인 캐럴은 “이달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방송에 출연해 모욕적 표현으로 나를 비난했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앞서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에서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한테 강간을 당했다면서 2019년 민사소송을 냈다. 뉴욕남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지난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의혹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성추행은 사실로 보인다며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피해 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그러나 패소 다음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문제적 행보를 밟았다. 미 CNN방송에 출연해 성범죄 피해자인 캐럴에 대해 “난 모르는 사람” “정신 나간 추잡한 여자” 등의 표현을 쓰며 비하한 것이다. 또, 법원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아랑곳없이 “강간을 당했다는 캐럴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고 전부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했다. 자신이 패소한 민사 재판이 조작됐다고도 했다.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을 문제 삼은 건 처음이 아니다. 이달 9일 법원 판결에서 배심원단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급 명령을 내린 배상금 500만 달러 중 298만 달러는 명예훼손과 관련한 액수였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범죄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기’ ‘거짓말’ 등 표현을 사용해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번 소송의 소장에서 캐럴은 배상 요구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명예훼손 행위를 막기 위해선 ‘상당한 액수의 징벌적 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에게 가하는 비난 수위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새롭게 제기된 소송에서 그가 패소할 경우 더 큰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