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처벌은 위헌?... "0~6시 헌재 결정 없어"

입력
2023.05.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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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민주노총 노숙집회 '불법' 규정
1박2일 집회 불법 여부는 다툼 여지 있어 
자정 후 집회 금지 추진 침해 최소화 역행
경찰관 면책 추진,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16, 1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불법집회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발언도 했다. 과격 집회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최근 당정대 기류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발언 수위가 센 만큼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주요 쟁점을 짚어 봤다.

① '1박 2일 노숙집회'는 불법?

다툼의 여지가 있다. 건설노조는 16일 0시부터 17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서울 종로와 중구 일대에서 1박 2일 집회를 하겠다며 신고를 냈다. 그러나 경찰은 이틀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허용했다. 노조는 경찰이 금지한 16일 오후 5시 이후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 촛불문화제’ 참여 등을 명목 삼아 집회를 이어갔다. ‘관혼상제 관련 집회ㆍ시위는 제한 대상이 아니다’라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15조를 근거로 우회로를 뚫은 셈이다. 한 변호사는 “집회 제한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불법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 판단을 받아 봐야 한다는 얘기다.

② '야간집회 금지' 법률상 가능?

자정까지 야간 집회ㆍ시위를 금지하는 건 위헌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9년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옥외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4년엔 ‘해가 진 후 자정까지 집회ㆍ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0시 이후에 대해선 결정된 내용이 없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당정은 0시에서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ㆍ시위를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강조한 헌재의 결정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시간을 특정해 집회ㆍ시위를 제한하면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③ 경찰관 시위 대응 '면책' 부여?

당정은 경찰관에게 집회ㆍ시위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형사상 면책’을 부여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경찰관의 형사 책임 감경ㆍ면책 조항이 신설될 때 이미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살인, 폭행, 강간, 가정폭력 등의 범죄 상황에서 경찰관이 타인에게 입힌 피해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으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는데, 법무부는 “경찰관 직무 수행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형법상 정당행위로 충분히 면책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또 경찰은 공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집단인 만큼, 면책 권한 부여 시 과잉 대응 우려는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④ 文 정부 법 집행 발동 포기?

과거 집회 대응 과정에서 빈번하게 사용돼 논란이 된 살수차가 문재인 정부 때 사실상 사라진 건 맞다. 다만 2016년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숨진 후 경찰 스스로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2020년 ‘경찰관 직무집행법’ 하위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살수차는 ‘소요사태’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행위’ 등의 위험이 있을 때만 사용을 허가하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경찰이 노조 강제해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법원 판결 기조를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더 이상 시위에서 쇠파이프, 각목 등 폭력 도구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경찰도 집회의 자유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김도형 기자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