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켓 타고 가려던 도요샛 위성, 국산 누리호에 실려 비상

입력
2023.05.24 11:20
누리호에 탑재된 8개 위성 면면


23일 누리호 3차 발사에서 가장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실제 쓰이는 실용 위성을 국내 로켓에 실어 우주 공간에 보낸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 때도 위성이 탑재되기는 했지만 당시는 실용 위성이 아닌 성능 검증 위성이 실렸다.

2차 발사로부터 11개월이 지난 이번 3차 발사를 대표하는 주탑재 위성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만든 차세대 소형위성 2호(NEXTSAT-2)다. 179.9㎏의 무게에 지상 550㎞의 고도를 도는 이 위성은 △영상레이더 국산화 및 지구관측 △근지구 궤도 우주방사선 관측 △산·학·연이 국산화한 위성 핵심기술(4종) 검증 작업 등을 담당한다. ①영상 레이더 ②우주방사선 관측기 ③상변환물질 적용 열제어장치 ④X-대역 전력증폭기 ⑤위치정보시스템(GPS)과 갈릴레오(유럽의 항법 시스템)를 갖춘 복합항법수신기 ⑥태양전지배열기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기능을 한 몸에 갖춘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과학·생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한반도 이상 기후에 영향을 주는 북극 해빙 현상을 관측할 수 있고(극지연구소 활용), 산림보호지역의 생태변화를 탐지할 수 있으며(국립공원공단), 해양 환경오염을 관측하거나 선박을 탐지(해양경찰청)할 수도 있다.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 위성 외에도 큐브위성(Cubesat·초소형 위성) 7기가 함께 실렸다. 큐브위성 7개 중 4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도요샛(SNIPE)이다. 함께 대오를 이뤄서 나는 철새인 도요새(snipe)에서 이름을 딴 도요샛(도요새+satellite)은 위성 4기가 편대비행(복수 위성이 거리와 궤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하면서 지구에서 가까운 우주 날씨 변화를 관측한다. 4개의 위성이 종·횡대로 비행하면서 오로라 발생입자를 관측하고, 위성 및 GPS 신호를 교란하는 전리층(지구 상공 60~1,000㎞)의 플라스마 버블도 살펴보게 된다. 4개의 각 위성은 가나다라 순서로 가람, 나래, 다솔, 라온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원래 도요샛은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려 작년 상반기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전쟁 때문에 발사체를 찾지 못하다가 누리호 3차 발사 덕분에 이번에 국산 로켓에 실려 드디어 우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누리호에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제작한 큐브위성 3기도 함께 탑재됐다. 루미르가 만든 LUMIR-T1(우주방사능 측정), 져스텍의 JAC(지구관측 영상 활용을 위한 우주검증영상 획득),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지표면 편광 측정)도 이 누리호를 타고 우주 공간에 진출한다. 신경호 카이로스페이스 대표는 “누리호 탑재는 우주 스타트업엔 갑작스럽게 찾아온 굉장히 놀라운 기회”라며 “위성을 만들고 우주에 띄워 운영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