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사와 관련해 돈 봉투를 받은 의원 10여 명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지며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돈 봉투 및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으로 걷잡을 수 없이 민심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명단이 밝혀지는 대로 출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당사자가 인정하지 않는 한 당 차원의 신속한 징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상당해 지도부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10여 명 돈 봉투 수수설'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돈 몇 백만 원을 받고 특정 후보를 찍어줄 리는 없다"면서도 "정당법상 실비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캠프 실무자들에게 격려금을 챙겨 줬던 관행이 이어졌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돈 봉투를 전달받아 캠프에 파견 간 보좌진이나 지역구 인사에게 경비 명목으로 줬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관행이라고 해도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고, 돈의 출처가 외부 업자일 경우엔 인허가 청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근절해야 할 악습인 건 분명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 윤리규범을 벗어난 모든 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대국민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10여 명의 윤곽이 드러나는 대로 신속·엄정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 윤리규범은 '당 소속 공직자와 당직자는 직무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사례나 증여 또는 향응을 수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와 돈 봉투 사태로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빠른 출당 조치밖에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발 10여 명의 명단이 드러난다고 해도 당사자들이 부인한다면 당 지도부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기소나 유죄 판결 이전까지는 징계에 나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녹음파일이 공개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조차 사실 관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며 "관련자 진술만으로 다른 의원들이 돈 봉투 수수 사실을 인정하겠느냐"고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엄정 조치를 요구하는 민심과 당사자들의 부인 사이에서 지도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당 윤리기구 강화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비리 의혹에 대한 징계를 시스템화해서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자는 것이다. 지난 쇄신 의총 결의문에서도 윤리기구에 독립된 지위를 보장해 상시 감찰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윤리감찰단과 윤리심판원을 두고 있는데, 윤리감찰단의 기능을 강화하더라도 윤리심판원이 내리는 징계 과정에서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한편 당 지도부는 이날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소속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에 대한 상시 감찰에 착수한다고 알렸다. 잇단 비위 의혹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