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전국 4만여 가구 집들이... "수도권 역전세 초비상"

입력
2023.05.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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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신축 전세가 더 싸
인천, 공급이 수요의 3.5배

내달 전국에서 새 아파트 4만여 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1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입주물량이 쏟아지며 전셋값 하방 압력이 강해지자 인근에선 '역전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 전국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87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1,640가구)보다 98% 급증한 수치로 2021년 11월(4만7,404가구) 이후 최대치다. 서울·수도권이 1년 전보다 153% 늘어난 2만4,872가구, 지방은 52% 많은 1만7,998가구가 입주한다. 인천(1만2,330가구), 경기(7,424가구), 서울(5,118가구) 순으로 입주물량이 많다.

최근 전셋값 하락이 가파른 수도권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쏟아지자 인근 전세시장은 초비상이다. 잔금을 치르려는 새 아파트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대폭 낮추면서 기존 아파트는 2년 전보다 시세가 더 떨어지는 추세다.

예컨대 내달 1,163가구 입주가 예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의 전셋값(전용면적 84㎡ 기준) 평균은 5억 원 안팎으로, 인근 입주 3년 차 노원센트럴푸르지오보다 1억 원 넘게 싸다. 반면 오래된 아파트는 전셋값 하락이 더 가팔라서 1999년 지어진 동아불암아파트는 최근 2억9,000만 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2년 전만 해도 전셋값이 5억 원 안팎이었던 아파트다. 상계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수요마저 씨가 말라 보증금 반환에 비상이 걸린 집주인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인천은 지난해에 이은 대규모 입주로 물량난에 빠졌다. 예정 공급물량이 5만 가구 수준(부동산 지인 집계)으로 수요(1만4,000가구)를 3.5배 웃돈다. 다음 달 2,958가구가 입주하는 미추홀구 '힐스테이트푸르지오주안' 전용 84㎡ 전세시세는 2억 원 후반대로 인근 같은 면적의 빌라 전세시세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이다. 이 여파로 인근 단지도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은 수도권에서 전셋값 하락폭이 가장 크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인천에서 역전세 소나기가 쏟아질 가능성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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