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내달부터 포털 뉴스 댓글 서비스 방식을 개편한다고 한다. 골자는 악성 댓글 관리 강화다.
댓글 폐해의 중심에 섰던 영역은 연예와 스포츠다. 2020년 8월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이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털 사이트 3사는 스포츠뉴스의 댓글 창을 일제히 닫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악플러들은 더 공격적이고 지능적으로 진화했다. 기사에 달리는 댓글의 경우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면 지금은 디렉트메시지(DM)를 이용해 선수나 경기인들의 SNS에 직접 악플을 배달한다. 선수뿐 아니라 그 가족이나 지인들에게까지 입에 담지 못할 저주와 조롱을 일삼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고소ㆍ고발 사례는 더 늘었다.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뒤에 숨은 악플 테러는 해묵은 문제다. 너무나 많은 체육인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다. 전문성과 무관한 언어폭력,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매 경기, 매 순간 결과로 평가받는 숙명에 놓인 체육인들은 다른 분야보다 대중의 반응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선수나 감독은 물론,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 온라인 문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도입된 댓글 시스템은 '표현의 자유'를 활성화하면서 쌍방향 소통으로 진화했다. 특히 팬들과 늘 가까이서 호흡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계는 경기장 안팎의 다양한 화제를 공유하면서 생생한 피드백과 함께 형성되는 여론을 적극 수렴했다. 체육계의 갑질과 횡포, 승부조작, 병역기피 등 각종 비리부터 팬 서비스, 제도 개선 등 중요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포털 댓글은 '사회적 공론화'의 장이 돼 순기능을 발휘했다.
스포츠 기자들에게 댓글은 마지막 게이트키핑의 창구이기도 했다. 수많은 기록과 팩트를 들먹이는 과정에서 범하는 실수를 바로잡거나 미처 생각지 못한 날카로운 댓글에서 힌트를 얻어 후속 기사를 쓴 적도 있었다. 촌철살인 댓글도 적지 않아 기사 보는 재미 이상 쏠쏠했다.
이제는 일방향 정보 전달로 퇴보한 ‘무플 뉴스’엔 ‘공감스티커’만 남아 있다. 네이버의 경우 ‘좋아요’ ‘훈훈해요’ ‘슬퍼요’ ‘화나요’ ‘후속기사 원해요’라는 다섯 가지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개중에 ‘좋아요’와 ‘화나요’가 팽팽하게 갈리는 기사를 보면, 댓글 창을 열어 뒀다면 어떤 찬반이 오갔을지 무척 궁금하다.
앞서 언급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뉴스 댓글이 보고 싶은 이유다. 악플에 대해선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과연 어디까지를 악플로 규정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프로 의식, 팬 서비스 등에 대한 문제 제기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부정적 반응까지 모조리 악플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실시간 소통에 중점을 둔 오픈톡 활성화나 악플 탐지 AI기술 등을 도입했거나 예고하고 있지만 스포츠뉴스 댓글 창의 부활에 대해선 가능성만 열어 두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시기를 미루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스포츠에서 건강한 설전은 필요악에 가깝다고 본다. 묘안을 찾아 온라인 광장이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