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자들은 2차대전 참전세대를 ‘가장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로 꼽는다. 이들은 대공황을 겪고, 유럽과 아시아 전장의 한계상황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다. 시련극복 의지가 강하고 포용력도 높았다. 전후 부흥과 미국ㆍ서유럽의 황금기를 주도했다. 자식 세대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기초도 닦았다.
□ “정신 못 차리고, 국민들이 까불면 경제성장이고 나발이고 될 수 없다.” 경제부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들끓는 여론, 특히 야당 공세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설화(舌禍)에도 자리를 지키고, 경제발전사에 획을 그은 인물이 있다. 김학렬(1923~1972) 부총리다.
□ 김 부총리는 1971년 9월 17일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얀 틴버겐 교수의 이론을 인용, 경제발전에 국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소득이 200달러 넘었다고, 국민들이 까불면…”이라고 말해 버렸다. 야당이 문제 삼았지만, 당시 민심은 ‘까분다’에 휘둘리지 않았다. 발언의 큰 맥락을 중시했기 때문이리라. “수양부족 때문이다”는 김 부총리의 국회 사과로 일단락됐다. 설화 후 6개월 만에 격무에 따른 지병으로 사망했지만, 그는 군사정부의 방만예산을 견제하며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등 ‘경제의 안정 속 성장’ 기틀을 다졌다.
□ 박정희, 루스벨트 등 리더도 중요하지만, 진취적ㆍ포용적 국민들이 없었다면 현재 한국과 미국은 없었다. 경영학에서 팔로어십(followership) 연구가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개 팔로어는 네 부류로 구분되는데, 평소에는 적극 후원하지만 리더가 잘못하면 서슴없이 문제 삼는 ‘동반자형 팔로어’가 가장 중요하다. 김남국 사태로 비판 목소리가 높지만, 그를 포함한 의원들을 그 자리에 보낸 건 우리, 유권자다. 리더십이 아닌, 팔로어십의 문제라는 얘기다. 3년 전 △복지와 경제 △안보와 평화 △사고와 합리적 예방대책 간의 현실적 상충에 대한 판단 없이 자극적 구호에 넘어간 때문인지 챙겨봐야 한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프랑스 사상가 메스트르의 200년 전 언급은, 지난해 정권이 바뀐 것까지 넣어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