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강타한 초강력 사이클론 ‘모카’ 피해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육지에 상륙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인명피해가 심각한데, 지금까지 40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산하 국영방송 MRTV는 “서부 라카인주 시트웨와 인근 지역을 덮친 사이클론으로 21명이 숨지고 주택 1만1,532채가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라카인·친 2개 주(州)의 21개 타운십(구)을 재난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구호 단체와 주민들은 실제 피해 상황이 군정 발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양 북동부 뱅골만에서 세력을 키워 북상한 모카는 14일 라카인주에 도착했다. 이후 최대 시속 210㎞의 강풍을 동반한 채 북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모카가 휩쓸고 지나간 지역은 폐허가 됐다. 폭풍 해일로 건물이 물에 잠기거나 선박이 산산조각 났다.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기도 했다. 바간 지역 유네스코 지정 불교 유적지도 침수 피해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21명 사망’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는 이날 “약 400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며 “라카인주의 경우 전체 11개 도시의 90%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희생자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시켰다는 의심이다.
최대 피해자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이다. 미얀마 군부의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난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 접경 지대인 이곳에서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다. 주택 대부분이 대나무와 비닐 등으로 만들어져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지 주민 자우 헤인은 미국 CNN방송에 “어린이와 노인, 임신부의 시신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다”며 “살아남은 사람들도 집을 잃고 먹을 것도 없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두절된 통신이 복구돼 피해 상황이 구체적으로 파악되면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모카가 남긴 파괴의 흔적은 어린이 수백만 명과 그 가족의 삶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며 “사이클론이 지나가도 수인성 질병을 포함한 더 많은 위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