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배달앱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배달업계가 이용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①배달비가 저렴한 묶음배달 지역을 넓히고 ②이커머스 유료 멤버십 혜택으로 배달 음식 할인 카드를 내미는가 하면 아예 ③무제한 배달비 무료를 내건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나왔다.
배달앱 요기요는 업계 최초로 한 달에 9,900원씩 정기 결제한 고객들에게 횟수 제한 없이 음식 배달을 무료로 해주는 '요기패스X'를 론칭하고 전국을 무대로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정기 결제한 소비자가 요기패스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최소 1만7,000원 이상 주문하면 공짜로 배달해 준다. 음식 배달은 물론 요기요 안에 GS리테일의 편의점 상품도 배송해 주는 요편의점과 스토어 카테고리 등도 대상이다. 요기패스X의 대상 가게는 고객의 주문 위치에 따라 알고리즘을 통해 정해지는데 거리, 날씨, 피크타임 등 여러 조건을 따진다.
보통 배달앱이 할인 행사를 하면 음식 주문을 받는 가게와 함께 비용을 부담하지만 요기패스X의 '정기 구독 시 배달비 무료' 상품은 온전히 요기요가 비용을 떠안는다. 요기요 관계자는 "배달 비용 부담이 높아 고객들이 배달앱을 지우는 상황에서 정기 구독 고객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이윤 남는 게 없더라도 공격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4월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에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해 사용자 데이터를 쌓았다. 테스트 당시 2만 원이었던 최소 주문 금액도 주요 사용자들의 평균 주문 금액을 반영해 1만7,000원까지 낮췄다. 요기요는 전국 론칭을 기념해 다음 달 30일까지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 후 한 달은 구독료 무료 이벤트도 진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대박을 쳤던 배달업계는 최근 사용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애를 먹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3월 국내 20~59세 성인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0.1%로, 전년도 39.4%보다 9.3%포인트 감소했다. 배달 이용이 1년 전보다 줄었다는 이들 중 83.9%가 이유로 '배달비가 비싸져서'를 꼽기도 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3사인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2,926만 명으로 전년 동기(3,322만 명)보다 11.9% 줄었다(396만 명).
배달 업계는 수익을 내는 최고의 카드인 배달비를 포기하면서까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도 가만있을 리 없다. 지난달 비슷한 동선에 있는 주문을 묶어 배달비를 평균 2,000원대까지 낮춘 '알뜰배달'을 선보인 배달의민족은 최근 서비스 대상 지역을 늘렸다. 서울 관악구에서 시작해 3일 인천 연수구, 경기 군포시, 대구 5개 구로 넓혔고 24일에는 서울 10개구, 31일에는 대구 전체로 확대된다.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을 넘어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상품을 대상으로 한 커머스 사업도 강화한다. 브랜드 업체들이 주로 입점했던 '배민스토어'에는 지난달부터 일반 개인 판매자도 입점해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등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쿠팡이츠는 친정인 쿠팡의 유료 멤버십과 합작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지난달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의 서비스로 쿠팡이츠 할인을 내세워 와우 회원이면 쿠팡이츠의 모든 주문 상품에 대해 5~10%씩 할인을 받는다. 쿠팡이츠 할인은 서울의 서초·강남·도봉구를 제외한 전 구에서 적용된다. 최근 쿠팡의 1분기 실적보고를 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이츠에서 구매하는 와우 회원은 그렇지 않은 와우 회원보다 두 배 이상 지출한다"며 쿠팡이츠를 통해 와우 멤버십 확대를 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