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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를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익을 놓고 나라끼리 치열하게 다퉈서다. 정상들이 만나 플래시 세례를 받은 후 회담을 나누는 게 전부는 아니다. 외교부처의 장관을 비롯해 외교부처 말단 직원까지 나라를 위해 뛴다. 단지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외교관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드라마 ‘외교관’은 평화나 공동번영이라는 수사 뒤에서 펼쳐지는 외교전의 실상을 꽤 정밀하고 실감나게 보여준다.
영국 항공모함이 페르시아만에서 공격을 당한다. 군인 41명이 숨지나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없다. 영국이 슬픔에 잠긴 채 보복을 다짐할 때 미국은 주영국대사를 새로 파견한다. 노련한 직업외교관 케이트(케리 러셀)다. 분쟁 해결 능력을 높이 산 인사 결과다. 케이트는 주요 활동 무대였던 아프가니스탄을 임지로 선호하나 어쩔 수 없이 런던으로 향한다.
케이트가 해야 할 업무는 동맹국 영국을 위로하면서 참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영국은 공격 배후가 이란이라고 확신한다. ‘지옥불’의 보복을 다짐하고 미국의 협조를 바란다. 케이트는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영국과 미국은 오랜 동맹국임을 외치나 속셈은 제 각각이다. 영국은 미국 군사력을 끌어들이고 싶으나 미국은 수렁에 빠지고 싶지 않다. 양측의 신경전에는 국익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각 나라 정치인들의 정치적 셈법이 더해진다.
영국 총리 니콜(로니 키니어)은 국민 지지 확보를 위해 강경 대책을 밀어붙인다. 미국 대통령에게 거짓정보를 흘려 자신의 의도대로 미국이 움직이도록 한다. 니콜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외무부 장관인 오스틴(데이비드 기애시)은 총리의 무모한 정책을 막아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 미 국무부 장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대권 행보를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 외교를 활용한다. 국익과 개인적 야심이 뒤섞이면서 동맹국 영국과 미국은 예사롭게 서로의 뒤통수를 친다. 미국은 영국에 속지 않기 위해, 영국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정보전을 병행한다. 이란이라고 가만있을 수 없다.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외교전을 펼친다.
케이트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대사를 역임한 남편 핼(루퍼스 스웰)과의 관계 역시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핼은 케이트를 측면 지원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야망을 위해 케이트를 이용한다. 케이트와 핼은 부부라기보다 외교관계와 비슷하다. 국익을 위해선 손을 잡아도 언제든지 절교할 수 있는 나라들 사이처럼 말이다. 드라마는 케이트가 처한 개인적 사정, 국가 간 시각 차이, 국제 정세, 치열한 첩보 다툼, 나라별 정치가 맞물리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