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심근경색? 엇갈린 요양병원 사인... 대법 판단은?

입력
2023.05.17 14:05
"감정 신빙성 판단해 구체적으로 따져야"

사망 원인을 두고 감정 결과가 엇갈릴 경우 판단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 신빙성을 가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4월 요양병원에서 식사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요양병원은 A씨의 사인을 질식으로 추정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급성 심근경색증에 의한 사망으로 진단했다.

보험사는 A씨 사인이 심근경색이고, 이는 보상 대상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상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A씨 유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했고, 1심 법원은 의료원에 진료기록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을 진행한 B의료원은 "사인으로 질식과 급성 심근경색 두 가지 모두를 추정할 수 있다"고 봤지만, 또 다른 감정병원인 C병원은 "사인은 전적으로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1, 2심 재판부는 질식 가능성을 인정한 B의료원 감정을 받아들여 유족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이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의료원이 제출한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고 C병원 및 국과수 견해와 충돌하는데도 질식사 언급을 포함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족 승소로 판결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각 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해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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