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을 직접 구조하거나 입양을 보내지는 않지만 입양 홍보 기반을 만들어 유기동물을 돕는 이가 있다. 이환희(38) 포인핸드 대표다. 포인핸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올라온 유실∙유기동물 정보를 이용자들이 보기 쉽도록 모바일에 최적화해 만든 응용소프트웨어(앱)다.
5월 기준 48만 명이 사용하고, 앱을 통해 입양으로 이어진 건수는 9만6,000건에 달한다. 이달 초에는 오프라인으로 진출해 서울 마포구에 입양문화센터를 열었다. 이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기동물 입양 여건이 개선되려면 지자체 보호소가 바뀌어야 한다"며 "지자체 보호소의 입양절차를 표준화, 체계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포인핸드를 어떻게 만들게 됐나.
"2013년 4월 경기 가평군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하면서 가축방역업무에 더해 동물보호업무까지 맡게 됐다. 이를 통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이 허술한 데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동물들이 보호소 내에서 안락사당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보다 쉽게 유기동물 입양공고를 확인하고 또 입양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으로 디자인한 앱을 개발해 그해 출시했다."
-사용자 중심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동물을 잃어버린 사람과 입양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유실동물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사람뿐 아니라 실종동물을 발견한 사람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 동물을 잃어버린 사람을 위해 전단지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이외에 지자체 보호소에서 동물을 구조해 임시보호하면서 입양을 보내려는 사람들도 입양 홍보 게시물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포인핸드의 차별화된 점은.
"지자체 보호소 네 곳의 경우 포인핸드에서 직접 입양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 지자체 보호소는 입양 담당 인력뿐 아니라 담당자의 전문성이 부족하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포인핸드에서 입양 전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신청서를 만들어 제공했다. 또 사회화, 친밀도, 활동성, 건강 등 네 가지 기준으로 보호소 내 동물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입양 희망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 보호소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앱뿐만 아니라 잡지 발간, 유튜브 운영에 이어 센터까지 만들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깊이 있는 경험을 하게 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유기동물 보호소의 현실과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앞으로 학교 현장학습이나 입양 행사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수의사를 계속할 생각은 없었나.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포인핸드를 운영하다 병원을 그만두고 포인핸드에 전념했다. 그렇다고 10년이나 포인핸드를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일을 할수록 수의사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수의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3년간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한 경험이 포인핸드 시스템을 만들고 구체적인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수익 모델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자사 쇼핑몰에서 굿즈(기념품)를 팔기도 했지만 정작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접었다. 대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통해 유기동물을 돕고자 하는 기업과 공익적 캠페인을 하면서 후원을 받고 있다. 근근이 버티지만 공익성을 띤 대표적인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유기동물 입양 홍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보호소를 가장해 펫숍을 운영하는 신종 펫숍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또 포인핸드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공간 내 사람들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안타깝다."
-지난 10년간 유기동물 문화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그동안 보호소 환경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하지만 어리고 품종이 있는 동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믹스견이나 중대형견은 입양 순위에서 늘 밀린다. 동물을 입양할 때 품종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를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앱 개발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 유튜브 등을 통해 전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중요한 건 개발 기술이 아니라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포인핸드는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동물을 위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 게 필요하다. 앱만 개발하고,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지금의 포인핸드는 없었을 것이다. 개발 이후에도 변화의 흐름에 맞게 어떤 게 필요한지 고민하고 발전시켜가야 한다. 포인핸드 역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기능과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도움말: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