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시험이 교육을 지배합니다."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주최한 '2023 미래 국가교육 대토론회' 기조 강연 중 한국의 교육을 이렇게 진단했다. 줄 세우기를 위한 문제풀이식 평가 체제를 과감히 버려야 한국 교육에 미래가 있다는 얘기다. 김 이사장은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문화를 협력과 배려로 바꾸기 위해 정답과 오답으로 나누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한국 교육의 후진성도 지적했다. 2000년대를 디지털 문명시대라고 칭한 김 이사장은 "이전 산업문명 시대에는 산업생산에 적합한 다수의 균질한 인재 양성이 목표였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개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행복한 인재 양성이 교육의 목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여전히 뒤처진 한국 교육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분석이다. 그는 "후진국 노인들에게 배운 중진국 어른들이 선진국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의 전환을 예로 들자면 '한국 교육은 청동기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계속 돌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줄 세우는 교육, 제한된 시간에 문제 풀이를 요구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가 지속되는 한 미래 교육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2021년 BBC가 수능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고 보도한 기사를 인용하며 "수능 1등급을 가려내기 위한 고난도 '킬러 문항'은 전문가도 풀지 못할 정도로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수능의 목표는 오로지 수험생 50만 명을 줄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10년 정도 기간을 두고 1년에 5%씩만 서술형 문항을 늘려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창의성과 인성, 시대성과 현장성을 고려한 교육이 실현될 때 융복합 역량과 상호 협력적 자세를 갖춘 미래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교위는 이날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미래 국가교육 정책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