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16일(현지시간) 새벽부터 드론과 순항 미사일, 탄도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예고하자 러시아도 최근 공격의 수위를 끌어올린 가운데 두 나라는 공습의 결과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키이우에서 오전 2시 30분부터 미사일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보도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가 북과 남, 동쪽에서 총 18발의 미사일로 키이우를 공격했다. 이 중 6발은 러시아산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h-47)”이라며 “모든 미사일은 격추된 상태”라고 밝혔다. 킨잘은 속도가 빨라 기존 방공시스템을 회피하는 미사일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러시아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 6대를 비롯한 정찰 드론도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파괴됐다고 전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공군의 또 다른 믿을 수 없는 승리”라며 “그들(러시아)의 무기는 서방 무기로 대응할 수 있고, 또 대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도 맞대응에 나섰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키이우의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밝히면서다. 러시아는 이달 4일 킨잘로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를 타격하다가 도리어 요격됐다는 미국 CNN 방송의 보도가 나왔을 때도 “킨잘 요격은 불가능하다. 킨잘이 요격됐다는 주장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공에서 요격된 미사일의 잔해가 키이우 곳곳으로 떨어지면서 최소 3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파편으로 인해 건물 파손뿐 아니라 여러 대의 차량 화재도 일어났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달 들어 여덟 차례나 키이우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도 약 60대의 샤헤드 드론으로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는데, 절반인 36대가 수도 키이우를 목표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때도 모든 드론을 격추했다고 우크라이나는 밝혔다.
러시아는 이란에서 드론 등 추가 무기를 살 계획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CS)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은 지난해 8월부터 400대가 넘는 공격용 드론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이제는 더 많은 첨단 무기를 거래하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