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은행 불안에 불을 댕긴 실리콘밸리은행(SVB)금융그룹 주식 등 미국 중·소형 은행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KIC는 올해 1~3월 SVB금융그룹 주식 2만87주를 전량 청산했다. SVB에 이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 주식도 같은 기간 9만1,843주 모두 처분했다.
KIC는 "규정에 따라 정확한 매도시점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SVB발 은행위기가 시작된 3월 9일(현지시간) 이후 두 은행 주가는 지난해 연말 대비 반토막 났다. 이후 매도했다면 손실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말 기준 KIC가 보유한 두 은행 주식은 총 1,520만4,972달러의 가치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평균 원·달러 환율(1,267.3원)에 대입하면 약 193억 원에 달한다.
최근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은 1분기 내 보유량 대부분을 매도해 손실을 줄였다. 지난해 연말 KIC가 보유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은 13만7,853주(1,680만2,902달러·약 213억 원)였는데, 3월 말 기준으로는 약 20%인 2만7,387주(38만3,144달러·약 5억 원)만 남아 있다. 현재는 전액 처분한 상태다.
KIC 관계자는 "SVB 사태 이전에도 지역은행 등 금융주 비중이 벤치마크(기준지표) 대비 낮은 편이었다"며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유 규모를 더욱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KIC는 같은 기간 엘라이 파이낸셜, 키코프 등 미국 내 다른 지역은행 주식도 보유량을 대폭 줄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