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지난 12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을 두고 당에 자성을 촉구한 기자회견 후 항의 전화·문자가 쏟아지는 탓에 닷새째 휴대폰 전원을 켜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을 옹호하는 강성 지지층들의 공세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회견을 마치고 지방에 내려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 '잘 다쳤다'는 글이 올라온 것도 봤다"며 "누구 한 명이 희생당해야 끝나는 건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2. 권지웅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도 같은 처지다. 당내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 12일 김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을 비판한 기자회견을 한 뒤부터 항의 전화와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권 위원은 "회견 당일에도 '국민의힘을 공격해야지 왜 내부 총질을 하느냐'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페이스북이나 출연한 방송 홈페이지에도 '의리를 지켜라, 너희는 떳떳하냐, 이걸로 신문 1면에 나니까 좋냐'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김 의원 의혹과 지도부 대응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청년들을 향한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이전에도 이재명 대표에게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던 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나 조롱·협박성 문자를 보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지도부는 아직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형사 고발을 하겠다며 협박한 사례도 있다.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연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청년들 중 일부가 괴롭힘에 시달리다 '동의하지 않은 성명'이었다고 부인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성명을 주도한 양 위원장을 상대로 '명의 도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한 것이다. 양 위원장은 "명의 도용은 제3자 고발이 불가능해 고발까지 이뤄지진 않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일부 청년들이 위축됐고, 이런 구조라면 자신의 소신이나 입장을 밝힐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당 청원게시판에는 모든 대학생위원장들의 직위 해제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여기에는 16일 기준 1만6,0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재명 대표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잘못을 저지른 의원을 감쌀 동안 바른말을 한 청년들은 엄청난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다"며 "당내에서 대놓고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체 대표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직격했다. 이원욱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청년은 당의 액세서리가 아니다"며 "청년들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 대신 제게 모든 공격을 집중하셔도 된다"고 호소했다.
강성 지지층의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지도부는 여전히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김남국 의원 문제에 의원총회 등 당에서 신경을 쓸 현안이 많아서 일일이 대응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청년 정치인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본보 통화에서 "지도부가 지지자와의 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성희롱이나 인신공격, 신변 위협 등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