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건전성 위기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조 원에 달하는 한국전력 적자에 부산 이전비용까지 '돈 샐 구멍'은 수두룩한데, 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은 탓이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08%로 지난해 말보다 0.32%포인트 하락했다. BIS 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BIS가 은행권에 권고하는 건전성 비율은 13% 이상인데, 산은은 겨우 '턱걸이'만 해놓은 상태인 셈이다. 이마저도 작년 말 기준이고, 당장 2분기부터 BIS 비율이 13%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요인은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손실은 32조6,034억 원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6조1,776억 원의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한전 지분의 32.9%를 보유한 최대주주 산은도 타격을 입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한전의 1조 원 손실은 산은 BIS 비율을 0.06%포인트 낮춘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당장 한전 적자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고, 그에 따라 산은 건전성 역시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전기료 인상이 그나마 악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전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상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더욱이 산은의 핵심 사업인 부산 이전도 악재로 꼽히는 요인이다. 정확한 이전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부산시가 앞서 추산한 이전 관련 총사업비는 4,000억 원에 달한다. 산은은 비용 등이 포함된 이전 계획을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방침인데, 자체 비용 규모에 따라 건전성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산은은 일단 자력으로 BIS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산은은 3월 이사회에서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2조 원으로 설정했으며, 지난달 28일 8,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아직 1조2,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여력이 있는 셈이다. 후순위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BIS 비율 관리에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추가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산은의 BIS 비율을 올리기 위해서 4,350억 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3월 현물출자했다. 산은 이사회가 오는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1,200억 원 규모의 신주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총 2,400만 주의 신주가 발행되는데, 모두 정부가 현금출자한다. 산은 측은 "혁신성장펀드 등 정부 정책사업으로 국회에서 이미 확정된 올해 예산 중 일부 금액의 유상증자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금융권에서는 그만큼 산은의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