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에 화답한 재계...한일 미래기금, 공동사업 논의 시동

입력
2023.05.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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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게이단렌, 기금 운영위 설치 합의
인재 교류·협력 강화 등 사업 방향도 정해
피고기업 참여 여부는 "개별 기업이 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자 양국 재계 단체들도 공동 사업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인연합회(게이단렌)는 10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기금(이하 기금)'이 진행할 공동 사업을 검토하고 자문할 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위 공동위원장은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맡는다.

'청년 인재 교류 촉진'과 '산업 협력 강화'라는 기금 공동 사업의 방향성에도 합의했다. 인재 교류를 위해서는 △대학 간 교류 △한국 고교 교원의 일본 초빙 △인턴십 시행 등을 검토키로 했다. 산업 협력 강화 분야에선 △반도체 공급망 강화 등 경제안보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유지·강화 △녹색 전환, 디지털 전환 등의 실현을 추진한다.

공동사업 추진의 구체적 시간표는 확정하지 않았다. 두 단체는 올해 7월 6일 서울에서 '한일산업 협력포럼'을 열어 반도체와 탈탄소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협력에 시동을 건다. 도쿠라 회장은 "포럼을 전후해 운영위를 처음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은 올해 3월 한국 정부가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한국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한다'는 내용의 강제동원(징용) 소송 해결책을 발표한 후 만들어졌다. 3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금 창설 계획이 발표됐다. 전경련은 10억 원, 게이단렌은 1억 엔(약 10억 원)을 출자해 각자 기금을 설립하고, 공동 사업이 정해지면 양국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구상이었다.

기금 설립을 일본의 '호응 조치'로 보는 한국에선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참여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러나 두 기업은 참여에 미온적이다. 도쿠라 회장은 "특정 기업을 반드시 넣는다거나 배제한다는 방침은 없다"면서 "여러 기업에 참여 여부를 타진하겠지만 판단은 개별 기업이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병준 직무대행은 "피고기업 참여 여부를 자꾸 질문할수록 미래를 지향한다는 기금의 의미가 퇴색한다"며 이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