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이 풀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전망이다. 횡령·배임 및 해외도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며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으로 장 회장이 복귀하면 동생 장세욱 부회장과 형제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장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및 인적분할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2001년 동국제강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고(故) 장상태 명예회장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이어받은 장 회장은, 2015년 5월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와 더불어 회삿돈으로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직후인 6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장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은 뒤 동국제강은 그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 체제에서 운영됐고, 장 회장은 지난해 8월까지 취업 제한 상태가 유지됐다.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한 장 회장은 2018년 4월 가석방됐지만 '출소 후 5년'이라는 취업제한 규정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해 8월 특별사면 이후 경영 복귀 길이 열린 장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무난히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면 의결되는데 최대주주인 장 회장(13.94%)과 장남 장선익 전무(1.04%), 동생 장세욱 부회장(13.52%) 등을 포함한 우호 지분은 약 36%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이 아니더라도 경영에 복귀할 수는 있는 시기라지만 사면 이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준비에 공을 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함께 상정될 인적분할 안건 역시 관심이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안건 통과 시 다음 달 1일 동국제강은 분할 존속회사 '동국홀딩스(16.7%)'와 분할 신설회사인 열연사업부 '동국제강(52.0%)', 냉연사업부 '동국씨엠(31.3%)'까지 3개 회사로 나뉜다. 동국홀딩스는 장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함께 맡고, 동국제강은 최삼영 대표이사 부사장, 동국씨엠은 박상훈 대표이사 전무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을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 시선은 싸늘하다. 주주 권리보다 재벌일가 경영권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행보라는 이유에서다. 권영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는 "경제 활성화라는 이유에서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에 대한 대통령 사면이 반복돼 온 관행은 결코 시장이나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과소평가 현상)'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적분할 역시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떨어뜨리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강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