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은 10일 "지난 대선 민심은 불공정과 비상식 등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라며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실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진과 잔치국수로 소박한 오찬을 같이했다. 성대한 취임 1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보다 당정이 함께 집권 2년 차 국정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윤 대통령은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면서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는 안보, 반시장적·비정상적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거듭 비판했다. 이어 "2년 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 위기를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외교의 중심도 경제에 두고 복합위기를 수출로 돌파하겠다"고 했다. 또한 "기업가 정신을 꽃피우고 노사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우리 국민과 기업이 세계 속에서 마음껏 뛰고 영업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국격을 갖추고 기여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는 것인지, 가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 장관들과 여당 지도부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속도를 더 내야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전날에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정기조에 안 맞으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며 공직기강 확립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연일 '변화'와 '속도'를 강조하는 데는 국정과제 이행 속도가 더디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1년간 최전선에서 열심히 뛰었는데 여당과 장관들이 그만큼 따라와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갖고 있다"며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이 어려운 데다, 관료들마저 정치권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당분간 '원포인트 인사'로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첫 타깃은 산업통상자원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비서관을 에너지·자원·원전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 2차관에 임명했다. 강 비서관을 전격 투입한 것을 두고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민생 부담과 여론 악화가 우려되고 있음에도 이창양 산업부 장관의 선제적 대처가 없는 것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많다. 이번 인사로 박성택 대통령실 정책조정비서관은 산업비서관으로 이동했고, 공석인 정책조정비서관엔 최영해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부국장이 유력하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위원장에 대해 관련 청문 절차가 시작됐다는 내용의 등기를 방통위로 발송했다. 이에 한 위원장을 상대로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절차를 밟는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열지 않았다. 그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격리 의무 해제를 비롯한 방역 완화 조치를 직접 발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