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사이버'로 확대됐지만... 中 통신장비가 걸림돌

입력
2023.05.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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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미, 사이버 분야 동맹수준 협력 확인"
"사이버협력 강화할수록…장비 공급망 간극 부각" 
기술연대 과정서 특정 기술 배제·의존 없도록 해야

'사이버' 안보협력 강화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전략적 사이버 안보협력 프레임워크'(SCCF) 체결을 놓고 한미동맹을 사이버로 확장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제는 중국 통신장비다.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를 배제한 반면, 한국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과 기술협력 수준을 높일수록 미중 사이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 편입하고 있지만, 5세대(5G) 이동통신을 비롯해 중국 통신장비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으면 한미 기술연대의 효과는 떨어지고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 사이버 안보학회는 10일 '제1차 국가전략포럼'을 열고 이 같은 고민을 다뤘다. 전문가들은 일단 한미 SCCF가 각종 사이버 위협에 대한 억지·거부·방어·대응의 기술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해킹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재원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정성철 명지대 교수는 "한미 사이버 협력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네트워크'의 부상과 맞물려 동맹 수준으로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 2021년 두 국가 사이 발생한 사이버 충돌 425건을 분석한 결과, 민주주의 국가 대 권위주의 국가의 분쟁이 222건(52.24%)으로 가장 많았다며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두 세력의 충돌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밀착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CCF는 미중 전략경쟁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하던 한국이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과 미국이 사이버 위협 주체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억제 대상이 북한 이외로 확장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한국이 미국과 공동으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한다는 건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의 적은 한국의 적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SCCF에는 중국이나 러시아라는 표현이 없지만, 미국이 이미 중러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대목이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사이버 동맹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유사한 동맹 간 간극이 불가피하다"면서 "한국은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연루되는 상황을 고민해야 하며,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통신장비 선택권이 좁아지는 것도 문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통신장비 사용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견해는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기술적 종속이나 특정 기술을 배제하려는 강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과 공조하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의 수준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김소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사이버 국제규범 정립을 놓고 진영 간 논리가 첨예한 분야보다는 개별 사안별 협력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사이버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미국에 받고 화웨이나 반도체 같은 부분은 미국에 양보해야 하는, 기존 특정 분야에서 주고받기가 아닌 포괄적 동맹구조에서 주고받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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