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은 정확하게 인식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각별히 주문했다. 특히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방송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취임 1년 성과를 돌아본 뒤 각 부처 장관들에게 '일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으라는 취지의 마무리 발언을 했다. 먼저 "우리 정부의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며 "문제의식을 정확히 가지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되지만,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면서 "장관들은 더 단호하게,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을 콕 집어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국정기조와 맞지 않을 경우 누구든 인사조치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문재인 정부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주문한 셈이다.
전기요금 인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경제 부담과 여론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 2호기 운영 변경 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신청하며 재가동에 적극 나섰으나, 원안위의 운영허가 심사가 더딘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학에 기반해 평가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결여된 위원들도 많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그립을 잡지 못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라며 전임 정부의 실책을 일일이 언급했다. 특히 "최근 전세사기, 그리고 주식과 가상자산에 관한 각종 투자 사기는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했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이어 "정상적인 복원까지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고통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거야(巨野)에 입법이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가 구상하는 개혁 입법안이 번번이 가로막혀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제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법안 298건 가운데 103건(34.5%)만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 앞으로도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열심히 뛰겠다"며 외교안보 성과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