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라는 시한폭탄의 계기판이 '0초'를 향해 무섭게 움직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탓에 2055년이면 기금 전액이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199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부터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개혁은 요원하다. 정치권은 여론 눈치만 보며 미래세대가 떠안을 부담을 애써 모른 척하는 중. 한국보다 먼저 연금개혁에 나섰던 선진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발 빠르게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교육, 노동, 연금 3대 개혁 어떻게 풀까'를 주제로 열린 '2023 한국포럼'에서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 리더십이 연금개혁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정부가 연금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이날 '유럽은 어떻게 연금해법을 찾았나'를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현재 2,200만 명인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2060년이면 반 토막 날 것"이라며 "현행 (소득의) 9%인 보험료율로 연금기금 유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율을 올리되 상한을 두고, 현재 40·50대가 은퇴하기 전 최대한 빠르게 인상해 기금을 확대해 고갈 시점을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성공적 개혁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 국가인 독일, 스웨덴, 일본, 캐나다의 사례를 모범으로 들었다. 독일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재임 시절은 2001, 2004년 두 번에 걸쳐 연금제도를 개혁하며 최대 22%까지 보험료율을 인상했다.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7세로 늦추고, 수급자와 납부자 비율에 따라 자동으로 연금액이 삭감되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했다. 스웨덴과 일본 보험료율 상한을 올리고 적립형 연금 도입을 확대해 부족한 기금을 충당했다.
양 교수는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요율을 인상하되 상한을 둬 젊은 세대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라며 "동시에 추가 비용부담은 은퇴자들이 일부 흡수하고 퇴직연금과 같은 적립형 연금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혁 방향이 정해져도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각 국가 현실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 양 교수의 주장이다. 양 교수는 "스웨덴은 국회 합의를 통해, 일본은 후생성 관료들이 설계한 개혁안을 총리가 수용하는 식으로 제도를 정비했지만 이는 한국 상황과 맞지 않다"며 "독일의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독일은 슈뢰더 총리의 리더십을 토대로 △보험료율 인상 △수급액 조정이라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객관적 사실과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