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의 사악한 올가미 끊으려면

입력
202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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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와 같은 사이비종교(이하 사교)는 단속할 법도 없고 정부 내 담당부서도 없다. 정통 종교적으로는 명백할지 모르지만, 법적으로 과연 누가 사이비냐, 혹은 희생자들의 타의였냐 여부를 가리기조차 어렵다. '사교'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애매하니, 단속도 못한다. 이 순간에도 많은 사교가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삼키고 있어도 행정당국은 손 놓고 있을 뿐 성폭행 등이 벌어진 후에야 형사처벌하는 것이 현실이다. 행정이 풀기 어려운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인 것이다.

특히 정부의 손길이 필요한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취약층이 사교의 올가미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학캠퍼스에도 침투해 있다. 이들의 덫에 걸리기 전, 초기에 손을 써야 하는 절박성과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가톨릭 중심의 중세를 거친 후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유럽이 참다 못해 사교에 칼을 빼 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01년 제정된 아부-피카르(About Picard) 법이 그 예이다.

사악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종교의 자유권보다는 기본권 침해라는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줄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사교는 인간을 세뇌(brainwash)시켜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씹어 삼킨다. 이에 관하여 하산(Steve Hassan)의 씹기이론(BITE)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인간통제기제를 통해 세뇌시킨다고 한다. 첫째, 무엇을 하지 말라는 식의 행동(Behavior)을 통제하고, 둘째, 건전하고 유익한 정보(Information)를 차단하고 통제하며, 셋째, 네 마음대로 생각하지 말라는 식의 사고(Thought)의 능력을 통제한 후, 넷째, 모든 것이 자기의 잘못인 것처럼 죄의식을 갖게 하는 감정(Emotion)을 통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선 이 4단계 통제활동을 금지하는 '세뇌방지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세뇌방지법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행정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 차원에서 부처 간 긴밀한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검은 손길이 뻗치는 일상생활 현장에서 행정이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경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은 물론이고, 청소년 상담, 취약계층을 접하는 사회복지사, 의사·간호사, 지자체 등의 일선 담당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누구나 어디에서나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포식자들과 스마트폰을 통한 연락이 이뤄지니 통신사도 적극 협조토록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생양이 빠져들기 전 초기 발견을 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 등 초기에 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포상금을 주고, 신고자가 위협을 느낄 때 신변보호해 주는 것은 반드시 제공해야 할 행정서비스이다. 또한 이해관계자이면서 피해자인 고등 종교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컨대 범종교 단체가 가칭 '세뇌활동방지 재단'을 만들어서 사전예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사교는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빙자하여, 인간의 종교의 자유를 박탈한다. 특히 약자를 겨냥하여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트리고 한국 사회를 삼키는 암 같은 존재이다. 법적 근거, 행정체제, 민관협력이란 삼박자로 사교를 뿌리 뽑는 국가행정이 되어야 한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