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영생의 꿈은 크게 두 갈래 길, 신화-종교의 영적 사다리와 몸의 보수-회춘이라는 의학의 길로 이어져왔다. 장기이식은 후자의 가장 급진적인 샛길 중 하나지만, 그 길이 시작된 것도 신화시대부터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지으면서도 신화 속에 장기이식의 상상력을 남겼다.
숱한 치명적인 낭떠러지를 지나 장기이식이 처음 구현된 것은 1954년. 미국 보스턴 외과의사 조지프 머레이가 20대 남성의 신장 이식에 성공했다. 신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몸에 두 개씩 달려 있어 공여 부담이 덜하고 수술 과정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고 한다. 무엇보다 머레이의 환자와 신장 공여자가 일란성쌍둥이여서 인체 면역-거부반응을 우회할 수 있었다.
신장보다 약 50년 이른 1905년, 각막이식이 오스트리아 안과의사 에두아르드 콘러드 지름(Eduard K. Zirm, 1863~1944)에 의해 성공했다. 각막은 안구의 바깥을 싸고 수정체를 보호하는 투명한 창 같은 조직. 각막이 손상되거나 혼탁해지면 시력 장애가 발생하고 심하면 실명한다. 각막에는 혈관이 없어 감염질병만 없으면 혈액형과 유전자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이식이 가능하다. 면역 반응에 대한 이해는커녕 혈관 봉합기술도 없던 때였다. 각막이식은 이후 몇몇 선구적인 이들에 의해 시도되면서 점차 기술도 장비도 나아졌다. 관건은 예나 지금이나 공여자를 구하는 일이었다.
미국 안과의사 리처드 패튼(Richard T. Paton)이 1944년 5월 9일 미국 뉴욕에 ‘안구은행(Eye Bank)’을 열었다. 그는 걸출한 홍보전문가의 도움으로 전·현직 정치인과 기업인 등으로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사후 안구(각막) 기증을 ‘기적의 선물’이라고 홍보했고,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이 기적의 사연들을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 전했다. 그렇게 안구은행-장기은행의 역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