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2018년 대비 40%로, 기존의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 부문의 감축량이 줄어드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반영한 전환 부문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부문의 감축 목표치가 상승했다. 농업 부문은 스마트팜 확산 등 저탄소 구조로의 전환으로, 기존 목표치와 동일하게 설정되었다.
농업의 패러다임이 스마트 농업으로 전환되는 반면, 최근 5년간 물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시설 재배면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설농업은 연중 작물 재배가 가능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겨울철 난방용 유류 또는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 이러한 난방비 절감을 위해 연중 수온이 일정한 지하수를 수막재배 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반면 지하수 양수에 필요한 에너지 이용량 증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된다.
지하수는 강수(降水)가 지하로 스며들어 생성되므로, 가뭄이 지속되면 부존량이 줄어든다. 특히 겨울철 가뭄이 발생한 시설농업 단지에서는 수막재배에 필요한 지하수 확보가 어렵다. 또한 새롭게 시설농업을 시작하는 농민은 먼저 개발된 관정들의 허가량 확보로 인하여 추가로 개발 허가 취득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하여 물관리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하수 은행(groundwater bank) 제도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다. 이는 지역별로 지하수 총량이 유지되도록 이용량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시설농업 재배단지의 지하수 고갈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첫째, 여분의 지표수를 지하로 주입하여 지하수 부존량을 늘리는 지하수 인공 함양 방식이다. 또한 지하댐을 이용하여 지하수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러한 지역에 지하수 은행 제도를 적용하면 가뭄이 발생해도 재배단지 내 농가별로 지하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둘째, 지하수 부존량 한도 내에서 이용량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이다. 대규모 재배단지에 가뭄이 발생하면 농가별로 지하수 이용 가능량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지하수 은행 제도를 이용하여 사전에 수요자별로 할당량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 영농조합 또는 수리계 등 수요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농업정책이 ICT 기반의 스마트팜 확대로 전환되고 있어,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달성될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시설작물 재배단지에 대한 물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지하수 은행은 이러한 농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달성에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한정된 지하수자원의 합리적 배분이 가능하므로, 기후위기 시대에 물 부족으로 인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