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5월 5일)은 쉬는데 어버이날(5월 8일)은 왜 휴무가 아닐까."
가정의달 5월에 맞이하는 비슷한 성격의 기념일을 놓고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의문이다. 어린이날은 기념일이자 법정공휴일인 반면 어버이날은 기념일에 해당할 뿐이다. 이에 국회에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매번 무산됐다. 여론 호응이 좋고 돈도 들지 않는 공휴일 지정 법안이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작은 18대 국회였다. 2010년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한 이후 역대 회기 때마다 법안이 꾸준히 등장했다. 19대 국회에선 6차례, 20대 국회에선 5차례 발의됐다. 하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서 계류하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선 총 2차례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과 공휴일을 대통령령에서 법률로 격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어버이날은 쏙 빼고 공휴일법 제정안만 통과됐다. 이어 지난 3월 허영 민주당 의원이 '효 의식 고취'를 명목으로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어머니의날과 아버지의날을 각각 '법정공휴일(legal public holiday)'이 아닌 우리 어버이날처럼 '국가기념일(national holiday)'로만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쉬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경로의날(9월 세 번째 월요일)'을 법정 휴일인 '국민 축일'로 지정해 국민들이 이날 하루 쉴 수 있다.
공휴일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축에 속하는 한국의 특수성을 지적한다. 국민 건강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어버이날을 추가로 공휴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휴일 지정을 통한 내수 활성화도 무시할 수 없다. 여론 또한 휴일이 늘어나는 것에 호의적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청원이 100개 이상 접수됐다. 당시 리얼미터 여론조사(2018년 5월)에서 공휴일 '찬성'이 65.8%로 절반을 넘겼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법정공휴일 지정은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이 2012년 재지정된 사례 이후 전례가 없다. 역대 정부에서는 신규 공휴일을 지정하는 대신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거나 대체 공휴일 대상을 넓히는 정도에 그쳤다.
공공부문과 비교해 민간부문 근로자는 온전히 휴일을 누릴 수 없어 차별 소지가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민간기업은 휴일을 제공하는 대신 유급휴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휴일에 근무를 하더라도 유급휴가를 줄 의무조차 없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은 학교나 교육기관이 공휴일에 문을 닫을 경우 발생할 '돌봄 공백'이 큰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첫해 어버이날 법정공휴일 지정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