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초 독립왕조인 리 왕조 유적지를 국내 유일하게 보유한 경북 봉화군이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에 베트남 측의 호응을 쓸어 담았다. 그동안 제자리를 맴돌던 사업 추진이 5년 만에 전기를 맞았다.
9일 봉화군에 따르면 지난 1~5일 봉화군과 봉화군의회 등 관계자 17명은 봉화군 우호방문단을 구성해 베트남 하노이와 박닌성 일대 등을 답사하면서 핵심 관계자들을 면담한 결과 베트남마을 조성에 대한 현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봉화군 우호방문단은 지난 4일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를 비롯해 뜨선시 인민위원장인 황바휘 뜨선시장을 잇따라 만나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의 필요성과 배경, 자매결연 등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다음날에는 박닌성 인민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인 부엉꾸억투언 박닌성 상임부성장을 만나 사업 추진 협력에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봉화군은 오는 7월 예정인 봉화은어축제 기간 9일 중 하루를 '베트남인의 날'로 지정해 베트남 현지의 공연팀 등을 초청하겠다는 계획도 박닌성에 전달했다. 부엉 박닌성 상임부성장도 "박닌성 인민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리고 지역 여행사에도 연락해 한국의 베트남 관광객들에게 축제 참가를 독려할 것"이라며 "박닌성장과 당서기, 정부에 보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했다.
지난 2018년 처음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이 언급된 이후 양국의 교류단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답보 상태였다. 지난해 12월5일 봉화군과 뜨선시가 우호협력 강화를 체결한 정도가 전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봉화군은 한발 더 나아가 뜨선시와 자매결연을 맺을 계획이다. 구속력 있는 교류로 베트남마을 조성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주베트남한국대사관도 봉화군의 사업에 반색이다. 대사관은 뜨선시가 아직 한국의 다른 도시와 자매결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봉화군에 학생교류 등 구체적인 교류사업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아 요청하라고 주문했다. 오 대사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인 점 등에 힘입어 자매결연 추진과 사업홍보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봉화군은 음력 3월14일인 지난 3일 덴도축제의 수상행렬에 참가하면서 베트남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덴도(도사원)부터 응떰사원까지 2.5㎞ 거리를 행진하는 데 참가한 1,400여 명은 600m에 이르는 장사진을 이루며 3시간 동안 걸었다. 도사원은 리 왕조의 왕 8명의 신위를 모신 곳으로 리 왕조의 태조인 이공온(974-1028)이 하노이로 수도를 옮기고 지낸 제사인 천도제를 재현하는 곳이다. 수상행렬은 도사원을 출발해 이공온이 태어난 응떰사원까지 갔다가 다음날 도사원으로 돌아오고, 수상행렬이 도착하면 각 단체의 대표 등은 분향하며 천도제를 올린다.
봉화군은 오는 2027년까지 봉성면 창평리 일원 부지면적 11만8,890㎡에 국비 1,600억 원 등 총사업비 2,000억 원을 들여 문화공연장과 방문자센터, 교육시설 등을 갖춘 베트남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봉화군의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 설명이 있은 뒤 박닌성과 뜨선시 모두 반색했다. 리 왕조가 베트남 역사상 첫 독립왕조인 데다 그의 후손들이 봉화에 정착했고 원나라의 침입과 임진왜란 당시의 활약을 보인 점 등 기록이 있어 베트남인의 자부심으로 입지가 다져졌기 때문이다. 봉화에는 임진왜란 때 전사한 이장발(1574-1592)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문화재인 충효당 등이 화산이씨의 유적으로 남아 있다. 국내 유일의 베트남 유적지다.
봉화군의회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희 봉화군의장은 "베트남 측의 호응 등을 의회와 지역사회에 알리는 한편 의회에서도 힘을 모으겠다"라고 말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소멸위기인 봉화군에 인구를 늘리고 봉화군에 거주 중인 베트남 이주여성 가정 91세대와 2세들의 교육을 위한 거점이 필요하다"며 "베트남마을은 국내 베트남 리 왕조의 성지로, 양국이 교류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