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율도 증가했는데... 은행권 잠재 부실 37조 원

입력
2023.05.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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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규모
시중은행, 건전성 관리 잰걸음

시중은행이 개인사업자·중소기업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대출액이 37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 일환으로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금 및 이자 상환을 미뤄줬다.

7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다섯 은행은 현재 36조6,205억 원 규모의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34조8,134억 원어치 대출의 만기를 연장했고, 원금 1조5,309억 원과 이자 2,762억 원의 상환을 유예했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은 코로나19로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중 부실이 없는 대출자를 대상으로 2020년 4월부터 시행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6개월 단위로 연장돼 왔다. 지난해 9월 30일 지원 종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만기 연장은 최대 3년간,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는 최대 1년간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영업 회복이 미진해, 금융 지원 조치를 종료하면 많은 자영업자·중소기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올해 9월 상환 유예 조치는 종료된다.

문제는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3년 넘게 지속되면서 대상자들의 신용이 '깜깜이'가 됐다는 점이다. ①게다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가 3%포인트 급등하면서 빚을 제때 갚을 수 없는 부실 대출자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2월까지 은행 대출 연체율은 0.36%로 2020년 8월(0.38%)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대상인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0.47%다.

②다중채무 비율이 높다는 것도 부실 우려를 높인다. 이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중 다중채무 규모는 70.6%에 달했다. 자영업자 대출 1,019조8,000억 원 중 720조3,000억 원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한꺼번에 대출받은 돈이었던 것이다.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개별적으로 건전성 관리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실 위험이 있는 대출자들을 미리 파악해, 이자를 줄여 주거나 상환 일정을 조정해 연착륙을 돕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시장·실물경제 복합위기 비상 대응 협의체' 등을 운영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2월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별도 조직은 없지만 상환 유예 종료에 대비해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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