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치러진 6일(현지시간) 군주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시민 5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시민단체는 "러시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체포한 경찰을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대관식을 전후로 소란 행위, 공공질서 위반, 치안 방해, 공공 방해 모의 등 혐의로 52명을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버킹엄궁 앞 도로 '더 몰'에서 14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13명은 치안방해를 막기 위해 연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한 소호 지역에서 공공방해 모의 혐의로 3명을 체포했고, 이들이 대관식을 방해할 목적으로 준비한 경보기 등을 압수했다. 이와 함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메가폰을 가지고 있던 남성도 '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금했다.
반군주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도 체포됐다 16시간 만에 풀려났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리퍼블릭에 따르면 스미스 대표 등 이날 군주제 반대 시위 주최 측 인사 6명은 대관식 시작 3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7시 30분쯤 트래펄가 광장에서 플래카드와 음료 등을 준비하다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체포됐다. 스미스 대표는 석방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국에는 더이상 평화 시위를 할 권리가 없다"며 "군주는 우리 자유를 수호한다고 하지만 우리 자유가 그의 이름으로 공격받았다"고 썼다.
리퍼블릭 회원 등 수백 명은 런던 중심가에 모여 '내 왕이 아니다(#NotMyKing)'라고 적힌 노란색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왕실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고, 현대 입헌 민주주의에서 왕실이 차지할 자리가 없다"며 "왕 대신 선출된 국가원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폭력 시위대 다수가 체포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경찰이 강압적으로 시위대를 체포했다"며 "영국이 아니라 러시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단체 '저스트스톱오일(JSO)'은 "단지 JSO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이유로 20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 '애니멀라이징(AR)'도 대관식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행사와 관계없이 비폭력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도 경찰에 체포됐다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전체주의적 탄압"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경찰은 대관식 직전인 지난 3일 도로·철도 등을 막는 시위를 한 사람을 최대 12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공공질서법을 발효하고, 군주제 반대 시위를 계획하는 단체에 경고문을 보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