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며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백 대표는 지난달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소탐대실하지 맙시다'라는 영상에서, 오랜 기간 예산시장에서 장사해온 구구통닭과 고려떡집이 최근 임대인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았다는 상황을 전했다. 예산시장 상가 매매 가격은 2년 만에 2배 가량 오른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방송 후 임대인측은 2일 한국일보에 '예산시장 젠트리피케이션의 진실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임대인의 아들이라고 밝힌 A씨는 이메일에서 "유튜브에 허위사실이 방영돼 억장이 무너진다"며 "고려떡집 측에 나가라고 통보한 적이 없었고, 매수를 제안했을 뿐인데 이 사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방영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고려떡집 측에 2년 전 1억5,000만 원에 살 것을 제의했지만 거절당했고, 18일에 다시 2억 8,000만 원에 매수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 부동산에서 고려떡집을 3억 원에 매입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연락을 해왔고, 임대인의 사정을 고려해 (2,000만 원 낮은) 2억 8,000만 원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 전 매수가격을 1억 5,000만 원으로 제시했던 이유에 대해선 "당시 인근 부동산 매매가격 수준이 1억5,000만 원 선 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 측이 제시한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고려떡집측과는 2014년 2월 19일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까지 묵시적 갱신을 계속해왔다. 만기 일자는 내년 2월이다. A씨는 "어머니는 2,3년 전부터 매매의사가 있었고, 이번에도 매입할 것을 제안하자 고려떡집 내외가 화를 내며 거절했다"면서 "평생을 선하고 착하게 산 저의 어머니가 졸지에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한 아주 나쁘고 못된 임대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욕을 먹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떡집 측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매매가를 높여 부른 것 자체가 나가라는 게 아닌가"라고 임대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나가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매입하지 않을거면 퇴거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2억 8,000만원의 가격을 제시한 임대인이 해당 가게를 매수하지 못할 것 같으면 리모델링 한 것을 원상복구하고 나가라고 해 아내가 울며 그 자리를 나왔다"고도 덧붙였다.
부동산 플랫폼 디스코에 따르면,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예산시장 내 상가 실거래 가격은 34㎡가 7,000만원(지난해 5월)에, 33㎡는 4,000만원(2017년 7월) 수준이었다. 백 대표의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것이 올해 1월이었던 만큼, 최근 실거래 내역은 확인하기 어렵다.
더본코리아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사정을 고려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중재한다는 계획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3일 오후 임대인과 임차인, 더본코리아 측이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결론 난 것은 없다"면서 "임대인에 계약 연장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백 대표는 지난달 유튜브에서, 비슷한 이유로 가게를 비우게 된 구구통닭 부부를 찾아가 "괜히 저희가 분란을 일으킨 것 같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음식점 대표와 인근 숙박업소 사장님들을 모은 간담회에선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예산시장만 살리려는 게 아니라 예산 전체의 경제활성화"라며 방문객이 급증하더라도 당분간은 음식·숙박 가격을 올리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