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층까지 수돗물을 보내려면 모터 등을 이용해 수도관 압력을 적절히 올려야 한다. 이때 수도관의 압력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모터에 과부하가 가해져 망가지거나 수도관이 터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기 위해서는 심장에서 적절한 압력이 만들어져야 하는데(혈압),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지거나 손상된다.
결국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대동맥 질환, 안저 출혈(망막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이 발생하고, 심부전 같은 심혈관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이동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도관이 오래되면 부식되고 녹이 스는 것처럼 나이 들면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고혈압ㆍ동맥경화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혈관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며 “고혈압은 혈관 노화를 촉진하는 흡연, 과음, 과식, 운동 부족 등과 같은 나쁜 생활 습관이 있는 사람에서 더 일찍 더 심하게 발생한다”고 했다.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은 혈관 노화로 생기는 고혈압, 즉 본태성 고혈압이다. 이때는 혈관 노화를 촉진하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고혈압 약을 복용해 관리한다.
반면 일부는 콩팥이나 부신 질환, 호르몬 이상이 원인으로 고혈압이 나타난다. 이 같은 2차성 고혈압으로 약물 치료와 함께 원인 질환을 치료할 필요하기도 한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혈압 합병증은 뇌경색ㆍ뇌출혈 등 뇌졸중과 심부전, 협심증, 심근경색, 실명, 만성콩팥병 등이다. 이들 질환은 직접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 위협이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동재 교수는 “고혈압 합병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평소 혈압 관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으로 이는 고혈압이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는 탓이 크다”며 “고혈압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했다.
고혈압 환자 치료에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 교정이다. 고혈압을 예방ㆍ관리하려면 먼저 꾸준한 유산소운동을 통해 적정한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해야 한다.
과체중이나 비만이라면 고혈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천천히 걷거나 1주일에 한 번 등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당 3~5회, 한 번에 30분 정도, 땀이 살짝 나고 맥박수가 빨라질 만큼 조금 힘든 강도로 운동한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이 좋다.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소금ㆍ간장ㆍ고추장ㆍ된장은 적게 먹고, 고춧가루ㆍ식초ㆍ 겨자ㆍ참기름으로 양념을 바꾸는 것이 좋다. 국ㆍ찌개ㆍ라면 국물은 남기는 게 낫다.
채식을 늘리고, 전체적으로 소식(小食)하는 것이 좋다. 활동량에 비해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담배는 끊어야 한다. 금연에 실패했더라도 반복해 시도한다. 절주도 도움이 된다. 적당한 술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할 경우에 한해서다. 적당량은 소주는 소주잔으로, 맥주는 맥주잔으로 두 잔 이하로 생각하면 된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도 혈압 관리에 중요하다.
고혈압 약은 본인에 맞는 것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 종류도 많고 사람에 따라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두통ㆍ홍조ㆍ어지럼증ㆍ입맛이 없거나ㆍ기침이 나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처음 고혈압 약을 복용할 때는 기운이 없거나 가벼운 어지럼증ㆍ발기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동재 교수는 “고혈압 약을 처음 복용하기 시작할 때 꼭 약을 먹어야 하는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생활 습관을 개선해 정상 혈압이 유지되면 굳이 약을 안 먹어도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만 비약물 요법만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하기 어려우면 고혈압 약을 꾸준히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이 교수는 “비록 고혈압 약 도움을 받더라도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 혈관 손상을 막을 수 있고 무서운 고혈압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